하이텍이 판을 치는 닷컴 시대에도 ‘로우텍’(low-tech)으로 뜰 수 있는가? 대답은 물론 예스. 이를 증명해 보인 20대 청년이 제이슨 월(29)이다.
그가 1997년 USC 상대를 졸업할 무렵 엘리트 급우들은 모두 하이텍, 사이버 공간, 아이디어 하나로 가능한 백만장자, 천만장자에 물들어 있었다.
월이 장차 사업 아이디어로 자동차 안테나에 매달고 다니는 안테나 액세서리 얘기를 하자 상대 급우들과 교수들은 ‘얼빠진 녀석’이라며 웃어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월은 1997년 햄버거 프랜차이즈 ‘잭 인더 박스’광고에서 잭 인더 박스에서 파는 안테나 볼이 300만개가 팔렸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했다.
수백만명이 자동차 장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람과 차의 진동에 잔잔하게 흔들리는 안테나 볼. 바깥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도 하고 소속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사인을 보내기도 하는 자동차 안테나 볼은 시장성이 있어 보였다.
이문은 박하지만 수익은 좋은 비즈니스일 것이라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보통 청년 월의 머리를 때렸다.
조사 결과 당시 유니언76가 30년 전부터 개스를 넣는 고객에게 안테나 볼을 주다가 시들해졌고 94년부터 잭 인더 박스가 선전용으로 웃고 있는 잭을 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잭 인더 박스 볼을 사는 소비자라면 다른 디자인의 안테나 볼도 살 것이라는 생각에 76볼을 만들고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8개의 볼 제작을 의뢰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사인이 들어간 것과 해피 페이스, 외계인 등을 제작해 밴나이스 치과의사인 부친의 친구가 경영하는 웨스트우드의 빵가게, 샌퍼난도 밸리 일대 개스 스테이션의 미니마켓등 5군데에 소량의 물건을 맡겼다.
5번째 가게 물건을 진열해 놓고 첫번 가게로 가보니 2시간만에 이미 4개의 볼이 다 팔렸으며 5개 가게 모두 1주일만에 각각 48개의 볼을 다 팔았다.
시험이 끝난 후 1,000개의 am/pm 미니마켓에 5만개의 볼을 풀어놨는데 한달만에 다 팔렸다.
현재 그는 ‘메리 크리스마스’, 졸업축하, 만화영화 캐릭터등 50개가 넘는 안테나 볼(소매가격 50센트∼2달러)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제일 큰 자동차 안테나 볼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스튜디오 시티에 집도 마련했으며 내년 3월 사내 결혼할 그는 이미 백만장자 대열에 올라섰고 ‘정신 나간 멍청이’라고 그를 비웃던 대학 동창들은 하이텍 주가가 폭락하는 요즘 그를 ‘로우 텍의 왕자’라며 부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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