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정성스럽게 모종내 준 어린 연꽃 나무가 플라스틱 함지박 안 물속을 푸른 잎으로 덮어버리더니 어느날 아침 꽃봉오리 하나가 수면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었다.그리고 한 이틀후에 진보라빛의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났다.
그런데 이 꽃은 해가 지면 꽃문을 닫고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면 다시 활짝 꽃을 피워준다.그 사이 다른 꽃봉오리로 두세개 수면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폈던 꽃이 한 사흘 지나고 나서는 꼿꼿이 세웠던 꽃줄기가 비스듬히 수면에 눕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날에는 햇살이 들어도 입을 꼭 다물고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물속으로 그 몸마저 감추어버리고 다시는 그 모습을 밖으로 나타내질 않는다.
이 연꽃이 피고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깨끗하고 겸손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사람은 너나없이 다 늙어간다.그런데 이왕이면 보기좋게 깨끗하게 늙어가고 싶다.
저 연꽃이 자신의 젊음이 기울자 새로 돋아나는 새 순을 위해 비스듬히 자리를 비켜주듯이 우리도 젊은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존중하며 양보하는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 동양사람은 나이들었다는 사실(또는 경험을 쌓았다는 사실)을 양보를 받아야 하고 공경을 받아야 하는 자격증을 얻은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에게는 크게 두가지 시기가 주어진다.받는 시기와 주는 시기이다.양육받는 시기와 양육하는 시기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먹을 음식과 지식을 부여받아 성장하여 성인이 된다.성인이 되면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자신의 아이들에게 의식주를 주고 시중들어 주고 교육시켜주고 또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셔드린다.진정한 의미의 성인은 주는 자이다.받는자가 아니다.
우리가 나이들어 물질로,나의 육체노동 정신노동의 능력으로 남에게 줄것이 없어지더라도 우리의 마음으로 많은 것을 이웃에게 줄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자리를 비켜주고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마음을 줄수 있지 않을까.
나도 젊고 철없었을 때 이런 양보하는 아름다움을 몇몇 인생선배들에게서 받아왔다.이분들은 나의 철없는 언행을 용서해주셨고 눈에 뜨이지 않게 나를 앞으로 밀어내주셨다.저 연꽃처럼.
우리에게는 모두 한번의 청춘이 있었고 또 누구나 다 늙어간다.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소망했지만 주어지지 않은 부분을 어느 인생이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때가 되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날 때 단념하고 양보했을 때 나 자신도 내 이웃도 편안해질수 있으리라.진정 성숙한 성인이란 남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할줄 알고 때가 되면 깨끗이 물러날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연꽃의 피고지는 모습에서 성숙한 것의 아름다운 태도와 참 평화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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