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친 군기 문화·별도 기수제
▶ 수사 전문성 없어 ‘물경력’ 취급
▶ 공채 경쟁률도 23:1서 7:1로 뚝
‘대통령의 집’ 청와대를 지키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이 젊은 경찰들 사이에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원수를 경호한다는 자부심과 명예, 고된 업무에 따르는 특진 기회 덕분에 인기가 높았지만, 경직된 조직 문화와 전문성 축적 한계 탓에 근무 희망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들어 101경비단에서 일선경찰서로 자리를 옮기려는 경찰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한다. 101경비단 소속 직원은 경장·경사로 승진하는 기간이 일반 순경보다 1~3년 빠른데도 경사 진급을 포기하고 경장 계급에서 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로는 대통령 경호라는 업무 특수성에서 기인한 엄격한 규율과 군기가 꼽힌다. ‘101’이라는 명칭에도 100%를 넘어 1% 더 완벽하게 경호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101경비단은 경찰 편제상 서울경찰청 직할대이지만 실제 지휘나 작전 통제는 대통령 경호실이 맡는다.
3월 18일 101경비단 소속 경찰들이 청와대 앞을 지키고 있다. 남병진 기자
101경비단에서 4년 근무한 뒤 서울 일선서로 옮긴 A(35) 경사는 “순경 공채와 별도로 경호 기수까지 따질 정도로 서열 문화가 강하다”며 “비번이나 휴무일에도 선배가 호출하면 무조건 달려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퇴근 후 위치를 상급자에게 화상 보고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서를 옮긴 뒤에도 군대식 기수 문화는 유지된다. B경위는 “경비단 선후배 간 군기가 일선서에서도 이어져 출신을 숨기고 일하는 게 마음 편할 정도”라며 “사실상 해병대의 경찰 버전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경호·경비가 주요 업무이다 보니 장기적으로 치안 현장에서 필요한 형사 실무 역량을 쌓기도 어렵다. 101경비단에서 경사까지 특진한 뒤 서울 관내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최모(38) 경위는 “수사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 2년차 순경보다 아는 게 없어 ‘물경력’ 취급을 당했다”고 말했다.
예전만 못한 인기는 경찰 공무원 지망생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101경비단은 일반 순경과 별도 전형으로 연 2회(상·하반기) 선발하며 18~40세 남성만 지원할 수 있다. △키 170㎝ 이상 △체중 60㎏ 이상 △나안시력 1.0 이상 등 엄격한 신체 조건도 요구된다. 합격자는 중앙경찰학교에서 2주간 경호 교육을 포함해 34주간 교육을 받는다. 올해는 1, 2차에 90명씩 총 180명을 뽑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공채 경쟁률이 급격히 꺾였다. 2016년 23대 1(2차 기준)에서 2021년 12대 1로 5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고, 2022년 16대 1로 잠시 반등했다가 지난해 7대 1까지 떨어졌다.
경찰 준비생 김광진(25)씨는 “101경비단 출신 선배가 문 앞에서 뻗치기(장시간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것을 뜻하는 속어)만 하다 돌아왔다며 수사 업무를 하고 싶다면 청와대 쪽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친형이 경비단에서 근무 중인 준비생 이모(26)씨도 “사소한 일로 밤낮없이 집합시킬 정도로 군기가 심한 모습을 보고 순경으로 눈을 돌렸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조직 특성상 규율은 불가피하지만 운영 방식 개선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 경호에 특화된 부서인 만큼 엄격한 분위기는 필요하다”면서도 “기피 추세가 이어질 경우 경호 인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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