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강렬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붉은 말띠의 해, 병오년(丙午年)이다. 결단력 있고 멈추지 않는 강한 추진력으로 활기차게 살라는 메시지가 떠오르며 생의 내리막길에서 삶을 정리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내 인생의 문학이라는 한 장(章)을 열어 디카시(Dica-poem)라는 장르로 새롭게 장면(scene)을 꾸미고 서로의 성장과 기쁨을 나누기 위한 꿈을 설계한다.
보통 학교 다닐 때 교육자였던 어머니의 인도로 동요와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5학년 때에 집에서 기르던 새끼 고양이가 병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담은 노랗게 변한 원고지는 아직도 내 보물 상자 속에 보관돼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고, 그들과는 몇 십 년이 지난 요즘에도 자주 전화한다.
대학 시절에는 내가 선택한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길을 위해 학과 생활에 충실했고, 일찍이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대신 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형제들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 시절에는 시간에 쫓기어 문학이라는 방에서 즐길 기회가 없었다.
졸업 후에는 대학에서 학생, 수련생이나 동료와 지식을 나누기 위해 논문을 쓰며 즐거움을 느꼈다. 바쁘고 힘든 생활을 포기하려던 한 수련생이 오랜 대화 후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내 얘기를 관심 있게 들어준 후 결심한 바를 쓰도록 하고 고쳐주며 힘을 줘서 선생님이 어머니 같다”라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창밖의 밝은 햇살이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줬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무사히 수련 생활을 끝냈고 가끔 연락 주며,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글로 나타낸다는 것이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은퇴한 후에는 언제나 머리에서 맴돌던 봉사라는 말이 조금씩 실행으로 펼쳐나가 문화센터 경영에 노력했다. 매년 봄에 수강생들이 졸업식 겸 배운 것을 발표했다. 나는 환영사나 광고문을 작성하고, 문화센터를 도와주던 분들과 강사로 수고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쓰며 글쓰기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문학을 배우며 수필로 내 마음을 전달하는 기회도 가졌다.
한국에서 손주들을 돌보려고 미국에 사는 딸 집에 왔던 K 아주머니가 아이들이 자라 등교한 후에 아파트 층계에 고개 숙이고 앉아 있었다. 문화센터로 나를 따라온 그분은 핸드폰으로 사진 정리하는 법을 배웠고 예쁘게 손질해서 가족에게 보여줬더니 손주들이 할머니 칭찬을 하고 존경한다고 했단다. 그녀는 몇 달 후 자기가 살아온 얘기를 쓰기 시작해서 너무 바쁘지만, 살맛이 나고 즐겁다고 말하며 활짝 웃던 모습이 생생하다. 배움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안겨주고 희망을 준다는 에피소드였다.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강생은 방학 동안에 여행하며 많은 사진을 찍어와 보여주곤 했다. 그 아름다움과 역사가 깃든 사진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했다. 그 당시 내가 디카시라는 것을 알고 함께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음을 합해 서로 노력했으면 지금쯤은 많은 수강생이 훌륭한 디카시 시인이 됐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수년이 지난 오늘 아침에 따뜻한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피식 웃는다.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나는 언어의 건축물을 어떻게 쌓아 올리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황혼 길에서 문학이라는 조금은 낯설지만, 빛이 가득한 방에 들어섰다. 여러 문학 장르에 대해 배우고 써보다가 2~3년 전에 처음 만난 디카시는 내 생활을 가장 활기차게 이끌어 주고 있는 생활 문학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이나 사물, 상황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디지털카메라(핸드폰)로 사진/영상을 포착한다. 자신이 찍은 사진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의미, 느낌을 짧은 시어로 융합시켜 디카시를 작성한다. 빠르게 변하는 현시대에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쓰며 공유해서 생활이 풍요로워지는 디카시는 본격문학이다. 급속하게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는 한류 문학인 디카시를 많은 이에게 전달해서 서로가 더욱 풍요롭고 보람 있게 살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2025년 3월 29일에 워싱턴 지부 디카시인 협회 발족식 때와 다른 문학 모임에서 디카시에 관한 강의하며 나 자신도 많이 배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믿는다. 배우고 싶은 것을 시작하고, 하고 싶은 일에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며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숨어있던 들꽃이 얼굴을 내밀고 봄소식을 전하며 나를 반겨주는 문턱에서 디카시를 통해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
정문자 한국디카시인협회 워싱턴 지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