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날 군사법원 증인 출석…前특수·방첩·수방·정보사령관 보며 사과
▶ “타락한 대의제 알리기 위해 북 친 것”…체포조 14인 명단엔 “뒤늦게 알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8일(한국시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2.18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18일(한국시간) 군사법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으로 가담한 주요 사령관들에게 "참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계엄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수척한 모습에 양복 차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앉았고, 바로 옆 피고인석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이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아는 군 간부들과 경찰 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오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깝다"며 "그들은 제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을 한 사람들인데 참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끝나고 구치소로 돌아가 상당히 밤늦게까지 기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계엄은 무도한 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국회 독재와 묻지마 줄탄핵, 입법 폭거로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해 비상사태 선포가 불가피했다"며 "나라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북을 친다는 개념으로 계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 국민들에게 국정과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타락한 대의제를 더 이상 믿지 말고 여러분이 직접 견제와 비판을 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검토와 준비를 지시했으며, 12월 2일 야당이 감사원장 탄핵을 추진한다는 보고를 받고 '12·3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을 '메시지 계엄'으로 아주 연성으로 생각했다"며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못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전 장관을 통해 국회와 선관위에 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치인 체포나 국회 계엄해제 표결 방해, 총기 사용 승인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4인의 체포조 명단에 대해선 "보도를 보고 김용현 전 장관에 물어보니, 동향 파악 차원에서 소재를 확인해보라고 본인이 지시했다더라"라며 "그래서 제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짓을 도대체 왜 했냐'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방첩사에 대한 인사 조치엔 "방첩사는 이번 일에 크게 관여한 것도 없다"며 "그런데 이걸 빌미로 국가안보의 핵심적인 기관들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신문 과정에서 군검찰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재판 시작부터 "검찰 측이 위증 혐의로 기소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군검찰이 사실상 자신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검도 오늘 재판에 온 것 같은데, 절 위증으로 어떻게든 엮으려고 특검이 물어봐달라는 것을 군검찰이 계속 묻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군검찰 질문에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반발하고, '과한 음주로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질문하면 앞으로 검찰 질문은 다 거부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증인신문은 이날 종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변호인 접견 일정을 이유로 조기 퇴정을 요청하면서 일찍 마쳤다. 군사법원은 이달 30일 윤 전 대통령을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이다.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한 군사법원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같은 울타리를 쓰는 국방부 경내에 있다. 군사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집무실을 옮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부터 약 200m 떨어져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용산 방문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만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낸 '청년 여러분께 드리는 성탄 메시지' 제목의 글에서 "저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그래서 여러분이 제게는 자녀처럼 느껴진다"며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저는 옥중의 고난 속에 있지만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보여준 희망을 얻었다"며 "부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청년 여러분은 이 시대 예수의 제자들"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보여준 희망? 그 희망으로 법원을 때려부셨냐? 누구의 청년이고 누구의 희망을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