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첫 공채
▶ AI칩 호황기, 공격적 기조 전환
▶ 싱가포르 등 생산 확대 투입 전망
▶ 삼성·SK하이닉스는 ‘긴장 모드’
▶ 해외 ‘한국인재 사냥’ 거세질 수도
마이크론이 주로 대만에서 반도체 인재를 수혈해오던 기조를 바꿔 한국에서 대규모 공채에 나선 배경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고성능·저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메모리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D램·낸드 경쟁에서는 비슷하거나 동일한 스펙의 제품을 얼마나 싼 가격에 공급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었기에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했다.
AI 시대에는 경쟁 공식이 뒤바뀌었다. AI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의 연산 속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당연히 메모리 병목을 해소할 기술을 가진 기업에 주문이 몰린다. 메모리 분야에서 각 사의 기술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번 채용은 메모리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고성능·저전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인재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전력 소비와 비싼 가격에도 HBM은 한동안 막대한 데이터를 연산하는 AI를 위한 유일한 메모리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HBM4·HBM5에 이어 HBM97까지 개발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HBM이 대체 불가능한 AI 반도체 부품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리다매 전략을 취해 온 메모리 기업이 최근 5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도 HBM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가 HBM 제조에 투입한 D램의 경우 비트(bit) 생산량은 전체의 14% 수준이지만 매출 비중으로는 40%를 넘어섰다.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한 것에도 HBM이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공채 인재들을 범용 D램 기술 고도화에 투입하는 동시에 뉴욕·싱가포르 등 전 세계 거점에서 진행 중인 HBM 생산능력 확대 작업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약점으로 꼽혀온 HBM 생산력 확대를 위해 핵심 공장인 대만의 타이중과 타오위안 팹에서 HBM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싱가포르 우즈랜드, 일본 히로시마 등에서도 고성능 HBM을 생산하기 위해 팹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공격적 채용 기조에 한국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서치펌 등 채용 회사들에 ‘오프리밋’ 조항을 들어 자사 인력의 마이크론 이직을 견제하고 나섰다. 오프리밋은 기업이 서치펌과 계약할 때 자사 직원에 대해 경쟁 기업으로의 스카우트 제안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는 “마이크론은 엘피다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특히 저전력 설계 기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뒤를 쫓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향후 반도체 설계·장비·소재 기업 등 다방면에서 해외 기업의 한국 인재 사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국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인재 유출은 중장기 국가 경쟁력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이 마이크론 때문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채용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다른 해외 기업도 한국 채용에 적극 나서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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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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