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완도군 완도수목원은 한국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으로 사시사철 푸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완연한 가을이 되면 전국 수목원은 자연을 즐기려는 관람객으로 붐빈다. 일제강점기 때 생긴 한국 1호 수목원부터 난대림 수종들이 가득한 한국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 약초 수목원까지 주목할 만한 이색 수목원 3곳을 소개한다.
■ 한국 1호 수목원 홍릉수목원1919년 서울 동대문구의 명성황후 능, 홍릉이 경기 남양주로 이장하며 3년 후 그 자리에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의 임업시험장으로 출범했다. 현재 정식 명칭은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숲(홍릉시험림)이지만 홍릉수목원으로 불린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반도 자생목을 찾아다닌 ‘나무 할아버지’ 김이만과 친한파 학자 아사카와 다쿠미가 설립 전부터 이곳에 식재될 묘목을 모았다. 아사카와는 ‘독립유공자 공동묘지’로 일컬어지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 묻힐 정도로 한국의 문화와 자연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한일 임업 듀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듯 현재 홍릉수목원은 2,035종의 식물유전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1935년 발견된 문배나무의 기준 표본목, 1920년 중국에서 도입한 한국 모든 두충나무의 아버지, 어머니 나무도 이곳에 있다. 풍산가문비나무는 전국을 통틀어서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수목원을 침엽수·활엽수·관목 등 9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있어 비슷한 나무들의 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와 곤충 생태도 풍부해 도시 속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꼽힌다.
한때 99헥타르(㏊)에 달했지만 현재는 한국과학기술원 서울캠퍼스 등이 입주하며 44㏊로 줄었다. 2014년에는 과학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산림문화자산 1호’로 지정됐다. 평일에는 사전예약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고 주말에는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
■ 한국 유일 난대림 완도수목원전남 완도군에는 한국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 있다. 1991년 개원한 완도수목원은 총 면적 2,033㏊에 달한다.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등 770여 종의 난대식물이 자생하는 남부 생태계의 보고다. 아열대·온대 교차지에 위치한 난대림은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이고, 1월 평균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반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생태계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완도수목원의 상징은 끝없이 펼쳐진 상록활엽수림이다. 완도 주민들에겐 생활재이기도 한 붉가시나무가 전체 숲의 60%를 차지한다. 가지를 자르면 속이 붉은빛을 띠고, 봄에 나는 새순도 붉은색이라 붉가시나무라 한다. 잎이 넓고 청량한 향이 특징이다. 공기정화 능력도 탁월하다.
그 외에도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감탕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가 난대림을 이룬다. 완도호랑가시나무는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설립자인 고 민병갈 박사가 1978년 완도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한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이다. 원내 산림박물관과 아열대온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도립인 수목원은 부지 일부를 국립난대수목원으로 승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본설계에 들어갔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 추진 중이다.
■ 수목원에 웬 약초밭? 원광대 식물원전북 익산시 원광대 자연식물원은 연구·보존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사진 명소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면적은 약 10㏊. 4개의 수목원부터 지질원, 야생원, 암석원, 습지원, 4계정원 등 다채로운 구성을 자랑하지만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따로 있다. 바로 유용식물원 약초원이다. 약 3,300㎡ 규모의 약초원에 378종의 식물이 자란다. 최신 한의약 연구에 활용되는 식물을 재배하고 전통 약초의 표본을 보존·관리하기 위해 조성됐다. 약초가 자라기 적합한 토양으로 흙을 개량하고 별도의 차광 시설과 고정 분무장치를 설치했다. 치밀하게 조경된 식물원 한복판에 마치 텃밭이 들어선 듯한 모양새다.
식물원에는 ‘인생샷’ 명소인 메타세쿼이아길이 있다. 벚나무도 많아 봄이면 지역 벚꽃 명소로도 꼽힌다. 대학 부속 식물원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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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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