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5 구상’ 놓고 갈등
▶ 대미 관세 협상 길어질 수도

대만 TSMC가 운영하는 대규모 컴퓨터칩 파운드리 제조 단지의 모습. [로이터]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 문제에서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단기간 내 협상이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은 미국향 반도체의 절반을 자국에서 생산하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대만 측은 “동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으며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정리쥔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1일 5차 대미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상호관세율 인하를 놓고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며 일정한 진전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이 요구하는 이른바 ‘5대5 구상’에 대해서는 “이번 5차 협상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으며 그런 조건에 동의할 수도 없다”며 “(5대5 구상은) 미국 측의 생각이고 양측이 협상 중인 공급망 협력 방향과 다른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5대5 구상이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대만산 반도체의 생산처를 조정해 대만에서 50%, 미국에서 50%를 만들라는 주장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현 정부의 목표는 반도체 제조 시설을 대폭 국내로 유치해 자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구상을 언급했다.
그는 대만 측에 생산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이유로 안보 위험을 들었다. 러트닉 장관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이 미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과는 인접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 업체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공정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시장에서 TSMC의 독보적인 위상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대만을 보호하는 ‘실리콘 방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이 균형을 이룰 때 대만이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며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3000억~4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안을 제안했음에도 20%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은 대만은 일본 수준인 15%로 낮추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향후 4년간 100억 달러 규모가 넘는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협상 카드를 내밀고 있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은 전날 의회 국정보고에서 “대미 관세 협상이 마지막 핵심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고, 러트닉 장관도 ‘대만과 중대한 합의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대만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5대5 구상’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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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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