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파리 올림픽서 7위하고서 눈물 ‘펑펑’
▶ 올 세계실내선수권 우승·실외 세계선수권 2위
우상혁(29·용인시청)은 단 하루만 울었다.
인생 목표였던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허탈함과 주위 사람들을 향한 미안함에 펑펑 울었던 우상혁은 다시 훈련에 매진하고, 빡빡한 경기 일정을 짜면서 상처를 봉합했다.
도쿄에서는 웃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4위(2m35)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올라선 우상혁은 16일 같은 장소에서 벌인 2025 도쿄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위(2m34)를 차지했다.
파리에서 흘린 눈물을 도쿄에서 은빛 메달로 씻었다.
우상혁이 ‘극복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동안 한국 육상 최초의 기록이 여러 개 탄생했다.
우상혁은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짝발’이 됐다.
하지만, 그는 교통사고를 떠올리면서도 “구름발인 왼발을 다쳤으면 높이뛰기 선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겐 천운”이라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은사를 만나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디디는 ‘행운’도 있었다. 우상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오른발을 다쳤다.
하지만 ‘달리기’가 좋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육상부에 들어간 것도 그저 달리는 게 좋아서였다.
대전 중리초등학교에서 윤종형 코치를 만나면서 우상혁의 인생이 달라졌다.
우상혁은 “육상부에 들어가 다른 선수와 뛰어보니, 내 달리기 실력은 별 게 아니더라”고 웃으며 “윤종형 선생님의 권유로 높이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짝발’은 극복의 대상이었다.
우상혁은 “발 크기가 다르니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균형을 잡으니 높이뛰기에는 짝발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188㎝)도 ‘우상’ 스테판 홀름(스웨덴)을 떠올리며 극복했다.
우상혁은 “나도 내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작은 키로도 성공한 선수가 많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상혁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홀름이다. 홀름은 181㎝ 작은 키로도 세계를 제패했고, 개인 최고 2m40을 뛰었다.
우상혁은 홀름의 영상을 보며 자랐다. 이제는 홀름이 우상혁의 영상을 보며, 높이뛰기 선수인 아들 멜윈 릭케-홀름을 위한 교과서로 활용한다. 우상혁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슬럼프에 빠졌다. 기록은 정체됐고, 피로골절 부상도 당했다.
2019년 런던 세계선수권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좌절감에 빠져 있던 우상혁에게 김도균 현 용인시청 감독(국가대표팀 코치)이 손을 내밀었다.
한계를 극복하고, 귀한 은사도 만난 우상혁은 한국 육상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됐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고, 2022년 3월에는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을 차지했다. 2022년 5월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하며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쓰더니, 7월 유진 실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 육상 역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3년에는 육상 선수들이 올림픽,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2m35)에서 우승해 다이아몬드 모양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승승장구하던 우상혁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7위(2m29)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우상혁은 닫힌 것 같았던 하늘을 다시 열었다.
우상혁이 도쿄에서 다시 메달을 손에 넣으면서 한국 육상에도 세계선수권 메달 2개 이상을 가진 선수가 탄생했다. 올해 우상혁은 난징과 구미에서는 금메달을 따냈고, 도쿄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2025년 목표 3개 중 1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도쿄 세계선수권 은메달도 매우 값지다. 2025년을 기분 좋게 마친 우상혁이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7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다 보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개막이 눈앞에 다가온다.
우상혁은 이제 웃으며 LA 올림픽 메달 획득을 향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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