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단체가 미 조종” 음모론 신봉
▶ 의사당 폭동 주도한 MAGA 핵심
▶ 엡스타인 사건은 ‘신념의 구심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는 ‘음모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중 가장 큰 존재감을 나타내는 집단이 ‘큐어논(QAnon)’이다. 큐어논은 ‘큐(Q)’에 익명을 뜻하는 단어 ‘어나니머스(Anonymous)’를 합성한 말로, 광적인 수준의 음모론 신봉자들을 의미한다.
큐어논의 시작은 2017년 극우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포챈(4Chan)’에 나타난 ‘Q 클리어런스 패트리엇’이라는 이용자의 글이다. Q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비밀조직 ‘딥스테이트’에 맞서 이들의 정체를 밝혀내려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자신은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 인사라고 주장했다.
근거 하나 없는 이 허무맹랑한 게시글은 온라인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이 음모론을 신봉하는 그룹인 큐어논은 트럼프 대통령의 맹렬한 지지자가 됐다. 큐어논에 따르면 아동 성애자로 이루어진 딥스테이트가 미국을 지배하기 위해 정치인부터 연예계와 언론, 심지어 종교 지도자까지 비밀리에 조종하고 있으며, ‘비주류’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는 일종의 선지자다.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미국 대선 이후다. ‘구세주’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자 큐어논은 결과를 믿지 않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듬해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폭동의 최전선에 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영웅화하면서 마가(MAGA) 집단의 핵심을 차지했다. 지난해 AP통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15~20%는 ‘정부를 통제하는 비밀 단체가 있다’는 큐어논의 핵심 주장을 믿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은 큐어논에게 구심점이다. 엡스타인이 실제로 미성년자 인신매매에 연관돼 있었던 데다 사회 고위층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엡스타인 목록 공개를 약속하는 등 그간 큐어논의 비위를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목록은 없다”며 말을 바꾸면서 큐어논 내부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민주당 인사들을 악마화하던 큐어논의 음모론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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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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