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제 문제는 트럼피즘으로부터 잘못된 교훈을 끌어낸 민주당이 포퓰리즘을 그대로 복사해 우파를 꺾으려 시도할 것인지 여부다.
미국인들은 이미 우익 포퓰리즘이 초래한 일부 참상을 목격했다. 몸집을 키워가는 경찰국가, 사악한 엘리트들과 외부인들에 대한 황당무계한 음모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일자리를 파괴하고, 어린이들을 타락시키며 날씨를 조종하는 세력으로 여겨진다.) 물론 대중의 의지를 대변하고 그들의 적을 응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도 우파 포퓰리즘의 특성중 하나다.
결국 포퓰리즘의 통일된 주제는 ‘희생양’만 없다면 유권자들이 더 나은 삶과 보다 좋은 세상을 누리개 될 것이라는 약속이다. 비난을 받아야 할 정치집단을 밝히는 것은 선거에서 이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훌륭한 통치 전략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힘들게 깨우치고 있다. 이미 드러났듯 과학자들을 배척하고, 갈색 피부의 이민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며 외국산 토마토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실제로 물가 하락, 고용 개선이나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모든 이슈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율은 수면아래로 잠겼다. 한때 그의 강점이었던 인플레이션과 이민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찌된 일인지 그의 실패는 야당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주지 않았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변기에 빠졌다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아직도 하수구에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에 나온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광범위한 당내 불만에 직면한 민주당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민주당은 오바마 시절의 특징인 실용적이고 기술관료 중심적인 접근법을 이어갈 수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이 방식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아니면 포퓰리즘적인 ‘과두정치와의 싸움’을 내걸고 버스 (혹은 개인 전용기) 투어에 나설 수도 있다.
무료 버스와 정부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공약으로 내건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후보는 보다 극대주의적이고 개입주의적인 포퓰리즘 운동의 최신판 아바타다. 그러나 이같은 운동의 오랜 정신적 지도자는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하원의원(민주·뉴욕)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크리스 머피 연방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과 같은 몇몇 개종자들이 생겨났다.
여러 측면에서 포퓰리스트 좌파와 포퓰리스트 우파는 동일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권 유린에 대한 관용의 정도는 대단히 달라 보인다. (이해를 돕기위해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의 강제 수용소로 보내는 극우파의 행동은 ‘부자들을 착취하라’는 포퓰리스트 좌파의 구호보다 훨씬 고약하다.) 이들은 또한 서로 다른 희생양을 두고 있다. 좌파에게 모든 것은 억만장자, 탐욕스런 대기업과 종종 오바마 시절의 민주당 중도파 혹은 기부 계층에 지나치게 예속된 민주당 ‘기득권층’이라는 모호한 개넘에 의해 조작된다.
그러나 포퓰리스트 좌파와 우파는 서로 흡사한 주장을 펼친다. 중간에서 모든 것을 가로채는 부패한 엘리트들만 없으면 우리 모두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 좋은 예에 속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치권력을 농단하는 인색한 거부들이 없다면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의료서비스와 교육 및 교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면 스티븐 밀러가 주장하듯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은 지나치게 많은 이민자들인지도 모른다.) 탐욕스런 대기업만 아니라면 더 나은 일자리와 낮은 물가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 따르면 문제는 탐욕스런 국가다.) 독성이 강한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사회적으로 각성한 교수들과 트랜스젠더 수영선수)가 없다면 아이들은 덜 불안하고 주변환경에 더 잘 적응할 것이다.
거대 첨단기업들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더욱 부유하고 행복할 것이다. 아마도 양 극단에 서있는 정치 집단들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지 모른다.
희생양, 구호와 간단한 해법으로 복잡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려는 일반적 경향은 존 로건과 같은 포퓰리스트가 샌더스의 마차에서 트럼프 열차로 갈아탄 이유를 무리없이 설명해준다. 보라, 포퓰리스트 메시지가 통하는 이유는 거기에 약간의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최근 세금 및 지출 법안은 빈곤층에서 부유층으로의 거대한 부의 이전을 의미한다. 일론 머스크는 (최소한 트럼프와 파열음을 내기 전까지) 정부의 결정에 과도한 권한을 행사했다. 마찬가지로, 일부 미국인 근로자들은 해외 무역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최근 몇년동안 어마어마한 수의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와 일부 도시의 기반시설에 부담을 주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를 다소 사악하고 구호화하기 쉬운 단순 원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누차 주장했듯 부자와 대기업은 분명 더 많은 세금을 낼만한 여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샌더스 의원이 설계한) 전국민 메디케어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안전망 확대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중산층에 부과해야 하는 무지막지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사 미국의 모든 억만장자들에게 100%의 부유세를 부과해 그들의 부를 몽땅 환수한다 해도 전국민 메디케어의 1년치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뿐이다. 억만장자의 세금이 대폭 배정된 무료 대학교육이나 다른 스칸디나비아식 웰페어 국가의 확대 따위는 잊어버려라. 그러나 이같은 산술문제를 지적하거나 그보다 약간 스케일이 작은 대체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고객을 가장한 선전원이나 과두정치의 심부름꾼으로 낙인찍힌다.
절충과 제한은 중요하다. 크고 실현불가능한 약속을 다른 크고 실현불가능한 약속으로 받아친다면 유권자들의 환멸은 커질 것이고 다음 희생양을 찾는 끝없는 수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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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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