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경 회장 특별인터뷰/ 지난달‘엘리스 아일랜드 메달’수상…한인 위상 높여
▶ ‘아메리칸 드림’이룬 기업가…참전군인지원재단에도 11년째 기부

홍희경 회장이‘엘리스 아일랜드 메달’ 상을 받은 후 지난달 18일 버지니아 한강식당에서 지인들이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있다.
워싱턴의 올드타이머인 홍희경 회장(73)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많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사업가로 또 신앙심 깊은 한인사회 인사로 한미장학재단 동부지회 회장, 워싱턴 평통회장, 연세대 미주 총동창회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극동방송 미주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오래전부터 공화당 전국중소기업위원회와 참전군인들을 돕는 비영리 재단에도 드러나지 않게 기부금을 보내며 돕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10일 미국사회에 공헌한 이민자 리더에게 수여되는 ‘엘리스 아일랜드 메달(The Ellis Island Medal of Honor)’을 받아 미주 한인들의 긍지를 높였다. 지난 23일 본보 회의실에서 그를 만나 그의 삶과 가족사랑, 신앙과 인생관 등에 대해 들었다.
▲삶의 키워드는 ‘감사’와 ‘사랑’
현재 버지니아 그레이트 폴스에서 부인 홍희자 단장과 거주 중인 그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사’와 ‘사랑’으로 압축된다. 누구와 만나도 재치있는 유머로 좌중의 웃음을 유도해내는 소탈하고 가식 없는 솔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그가 워싱턴 평통회장이었던 때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동포간담회 당시 건배사의 일화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정도다. 그를 만나면 한인이든, 미국인이든 인종을 초월해 그의 위트 넘치는 조크에 웃느라 바쁘다.
지난 주 부인과 함께 스위스 몽블랑으로 휴가를 다녀온 홍 회장은 “미국생활 44년간 너무 바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앞으로는 사업 관련 일을 좀 줄이고, 역사와 문명을 살필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두 번째 자서전도 준비 중이다.

지난 2023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위치한 빌리 그레이엄 기념도서관에‘김장환(빌리 김) 목사 홀’ 개관식에서. 왼쪽부터 김장환 목사, 홍희경 회장,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운명적인 김장환 목사와의 만남…50년 인연
그가 깊은 신앙심을 갖게 된 데는 김장환 목사와의 만남이 그 시작이었다. 김 목사는 그의 70여 평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으며 지금까지 50여년간 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미국에 영적 지도자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 계셨다면 한국에는 김장환 목사님이 이 시대의 표상이고 영적 지도자다. 김 목사님께서 1974년 육군본부에 오셔서 처음 인사드린 후 한국노래사절단(Korean Singing Ambassdor)으로 세계선교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1978년 비슷한 경로로 제2차 전도여행을 3개월 하면서 선교의 꿈을 갖게 되었고, 극동방송 사역에 헌신하게 되었다.
홍 회장은 “1980년 극동방송의 김장환 목사님께서 미국 유학을 보내주셔서 지금까지 주님의 인도 아래 미국생활을 잘 영위하게 됐다. 지난 50년, 주마등처럼 흘러간 세월을 회상해 볼 때 내 생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이 함께 해주신 축복된 행로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 케네디센터 공연 후 그의 자택에서 테리 매컬리프 전 버지니아 주지사와 엘리자베스 돌 전 연방 상원의원 등 한미 양국 170여명을 초청해 김장환 목사의 구순연을 열어 보은(報恩)의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파산 위기의 시련을 넘어
이런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1986년 DC에 메리디언 머트리얼스(Meridian Materials, Inc.)를 창업한 후 초고속 인터넷 사업 ADSL에 몰두해 실리콘밸리 AFC Exclusive Agent로 낙찰받았다. 약 2조원의 계약을 할 당시 2001년부터 김대중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인터넷 사업에 불황이 덮쳐 하나로통신 사업은 취소되었고, 파산 위기까지 가게 되었다.
홍 회장은 “일주일 식음을 전폐하고 절실히 기도한 후 7일째 되던 날 아내가 그동안 모은 돈 약 30만불을 내놓으면서 기운내라고 말했다. 그게 계기가 돼 재기하게 됐다”며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사업을 정부기관 조달 쪽으로 주력하게 됐다. 2003년 스미소니언 항공 우주 박물관 입찰에서 약 250업체를 제치고 낙찰받게 되었다. 이후 FDIC, Army Reserved, 연방 재무부, WSSC 등 여러 정부기관의 낙찰을 받아 승승장구하며 약 1천명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두 주님의 은혜였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 동료의 기도 덕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힘들 때마다 그를 지탱시켜 준 성경 구절은 빌립보서 4장 13절(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으리라)이다. 수십 년 전 모국을 떠나 미국의 이민자로 역경을 헤쳐나가며 하나님께서 동행하고 계신다는 믿음이 확신이 됐다. 그는 “미국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면서 주님께서 주신 능력의 믿음 아래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서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엘리스 아일랜드 메달 수상 직후 홍 회장은 “1980년 유학 와 학교 화장실을 청소하고 아내는 학교 식당에서 일하면서 학비를 벌며 힘들게 공부하던 생각이 난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런 귀한 상을 받게 됐다. 더욱 겸손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본보 회의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홍희경 회장.
▲아름다운 음악 가족 일가
홍 회장의 가족사랑과 클래식 사랑도 각별하다.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MWC)을 이끈 부인 홍희자 단장, 부부피아니스트인 딸과 사위, 워싱턴 필하모닉 심포니 첼로 악장으로 활동한 아들(금융투자전문가) 등 음악가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홍 회장 역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교회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팬데믹 이전엔 매년 부인이 단장으로 있는 메트로폴리탄 여성합창단을 물심양면 지원하며 매년 정기공연을 펼쳐 지역사회 문화를 풍요롭게 했다.
딸 실비아 교수(벨헤븐대·위스콘신대)와 마이클 렉터 박사(위스콘슨대 부교수 겸 피아노과장) 부부는 지난 2021년 ‘엘리스 듀오 피아노 연주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울 출신인 홍 회장은 서울고와 연세대 불문학과 졸업 후 1980년 미국에 유학와 킹 칼리지에서 경영학, 테네시 대학에서 MBA를 받았으며 2009년 켄터키 컴버랜드대에서 명예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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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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