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차세대 D램 증설
▶ 재설계 후 수율 50~70%대로
▶ 지체없이 양산… 경쟁력 확보
▶ “HBM용 D램과 구조 비슷”
▶ 연내 HBM4 제조에 긍정적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에 실패하며 SK하이닉스에 올 1분기 D램 1위를 내준 삼성전자가 독한 추격전에 나섰다. 차세대 D램 개발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을 확보하자 지체 없이 바로 양산 체제에 돌입한 것인데 하루빨리 메모리 초격차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D램은 HBM의 핵심 소재인 만큼 삼성전자가 연내 양산 목표를 세운 HBM4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전자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 D램 웨이퍼 성능 실험에서 50~70%대 수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제품의 수율이 채 30%에도 못 미쳤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비결은 설계에 있다. 삼성 연구진은 칩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구조를 새롭게 적용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0나노급 6세대 D램 양산을 계획했는데 설계 변경으로 이 스케줄이 1년 이상 늦춰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재설계에 뛰어드는 모험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기술 개선으로 이어지며 옳은 선택이 됐다.
삼성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양산 라인 투자에 나섰다. 양산을 위한 마지막 시험을 마쳤을 때 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라인을 미리 구축하는 전략이다. 삼성이 보유한 풍부한 현금과 공정 노하우가 이같이 빠른 결정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비해 물적·질적 자원이 풍부하다”며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린 뒤 물량으로 경쟁사를 압박하는 과거의 전략을 다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번 D램 양산은 연내 양산을 목표로 세운 6세대 HBM(HBM4) 경쟁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투자하는 경기도 평택 4공장 D램 양산 라인에서 만든 제품은 모바일용(LPDDR)과 서버용으로 공급된다. HBM4에 쓰이는 10나노급 6세대 D램 생산 설비는 평택 3공장에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의 핵심인 기억 소자의 구조는 모바일·서버 D램과 대동소이하기에 HBM용 D램 완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D램 양산 성과를 토대로 향후 평택 3공장 HBM4용 공정에 유의미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10나노급 6세대 D램 수율 달성과 동시에 양산 체제에 돌입한 데 비해 SK하이닉스는 좀 더 느긋한 모습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일찌감치 10나노급 6세대 D램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6세대 D램 테스트 수율이 평균 80% 이상, 최대 90%까지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성공적인 수율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삼성과 달리 SK하이닉스는 당장 양산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하반기부터 경기도 이천 M14 공장에 관련 설비를 채울 계획이었지만 내년 초로 미뤘고 이마저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재 주력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에 활용되는 D램인 10나노급 5세대 D램 생산에 주력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생산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는 만큼 주문 물량에 충실히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HBM 분야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확보해 서두르기보다는 내실에 집중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아직 10나노급 6세대 D램에 대한 시장이 열려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반면 삼성은 기술 ‘초격차’ 회복에 대한 열망이 강해 지체 없는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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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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