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틴계 이민자 밀집지 “커뮤니티 전체가 공포”
▶ ‘멕시칸 베벌리힐스’로 불리는 다우니도 ‘적막’
▶ 업주들 “상권 얼어붙어… 계속되면 회복 불능”
![[현장 르포 - ICE 이민단속 여파 ‘직격탄’] 맥아더팍 등 ‘유령화’… “노점상들도 모두 사라져” [현장 르포 - ICE 이민단속 여파 ‘직격탄’] 맥아더팍 등 ‘유령화’… “노점상들도 모두 사라져”](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6/16/20250616201910681.jpg)
평소 같으면 보행자와 고객들로 북적일 맥아더팍 지역 윌셔와 알바라도 교차로가 16일 노점상들도 모두 사라진 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 인근 맥아더팍을 비롯해 사우스 LA, 다우니 등 중남미계 이민자 밀집 지역이 최근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한낮에도 적막감에 휩싸이고 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강화 소문이 퍼지며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의 노점상들이 자취를 감췄고, 상점들도 문을 일찍 닫는 분위기다. 맥아더 팍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늘 활기로 가득하던 거리가 하루아침에 정적에 잠겼다”며 “이민자 커뮤니티 전체가 공포에 움츠러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가주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진 이민 단속으로 중남미계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멕시칸 베벌리힐스’라 불리던 다우니의 거리도 텅 비었고, 사우스 LA와 헌팅턴팍 일대 역시 노점과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며 상권이 사실상 마비됐다. 한인을 포함해 라틴계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던 업주들은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예전처럼 손님이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6일 오전 라틴계 이민자들의 집결지인 웨스트레익 지역 맥아더팍 주변은 평소와 달리 눈에 띄게 조용했다. 알바라도 스트릿을 중심으로 샴푸, 컨디셔너, 휴지, 키친타월 같은 생활 필수품부터 분유, 기저귀, 유명 축구 구단 유니폼까지 갖가지 물품을 판매하던 노점상들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평소라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윌셔와 알바라도 스트릿 교차지점에 있는 요시노야 레스토랑 역시 손님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인근에서 전화카드를 판매하던 한 상인에게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ICE가 사람들을 다 내쫓았다”고 말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맥아더팍 인근 6가와 버질 애비뉴에서는 방탄조끼를 착용한 ICE 요원 여러 명이 순찰을 도는 모습이 목격됐다. 아파트 단지 진입로에는 애리조나 번호판을 단 은색 포드 SUV 차량 한 대가 주차돼 있었고,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주황색 셔츠에 흰색 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여러 명의 요원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장면을 봤다고 전했다.
사우스 LA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A 다운타운 남쪽의 플로렌스-그레이엄 지역에서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인 A씨는 “요즘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지역은 주민의 90% 이상이 라틴계지만, 99센트 스토어나 코인 런드리처럼 한인 업주들이 운영하는 가게들도 적지 않다”며 “체류 신분에 관계없이 단속 자체가 두려워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매출이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상권 전체가 이렇게까지 얼어붙은 건 처음”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은 저소득 중남미 이민자들이 밀집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멕시코 베벌리힐스’로 불리는 LA 동남부 다우니에서도 연방 단속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다우니에서는 지난 11일 ICE 요원들이 교회와 사업체를 급습해 최소 12명을 구금하는 단속이 진행됐다. 이후 지역 상권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주민들은 “누가 다음 타깃이 될지 모른다”며 공포에 휩싸여 일상을 접고 있다.
다우니 지역 한 업주는 “단속이 계속된다면 지역 공동체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민자들의 삶과 생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단속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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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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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도람통이 관세로 인기가 떨어지니 이민단속으로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쓴다....이제 곧 인기가 시들해지면 뜸해질거 같다..
난 미쿡이 사라 질 까 봐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