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 하나로 대학 구성원 4분의 1을 지우려 해…이념통제 거부에 대한 보복”
▶ ‘재정지원중단’ 관련 이어 美정부 상대 두번째 소송…총장 “유학생 지원에 최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에 대해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조치와 관련, 대학 측이 하루 만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버드대가 앞서 트럼프 정부의 재정지원 중단 조치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날 두 번째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 정부와 하버드대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매사추세츠연방법원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을 취소한 것은 위헌·위법이라며 해당 조치를 막아달라고 국토안보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대의 소송 제기는 전날 국토안보부가 SEVP 인증 취소를 통해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하버드대는 소장에서 "정부는 펜 한 자루로 하버드 학생 구성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국제 학생들을 지우려 한다"며 "이 학생들은 하버드대 및 학교의 사명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버드의 (SEVP) 인증은 수천 명의 국제 학생이 학업을 마치고, 학위를 취득하고, 중요 연구를 지속하는 동안 이 나라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국토안보부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하버드대는 인증 취소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자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버드대는 대학의 지배구조와 교육과정은 물론 교수진과 학생들의 이념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며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행사해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대학이 수정헌법 제1조상 권리를 행사한 것에 대응해 정부가 명백한 보복 행위를 한 것의 가장 최근 사례"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방해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막거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를 막는 어떠한 법 제정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버드대는 국토안보부의 이번 조치로 유학생 비자(F-1)와 교환 방문자 비자(J-1)를 보유한 하버드대 구성원 7천명 이상과 그들의 가족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오전 교내 구성원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정부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규탄한다"며 "법적 구제책을 추구하는 동시에 학생과 (방문) 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음에 따라 SEVP 인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인증 상실에 따라 하버드대는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게 됐다. 기존 외국인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국토안보부는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 본부는 반(反)미국적이고 친테러리스트 선동가들이 유대인 학생을 포함한 많은 개인들을 괴롭히고 물리적으로 폭행하며 학습 환경을 방해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안전하지 않은 캠퍼스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를 선동한 이들 중 많은 수가 외국인"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앞서 하버드대학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 교내 교육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는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자 지난달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 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듭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SEVP 인증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전날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자료제출 기한이 지난 후 제출 기회를 추가로 줬지만 하버드대가 불충분한 응답을 제공했다고 인증 취소 조치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가버 총장은 이날 교내 구성원에 "정부는 이번 파괴적인 조치가 자료 요청에 하버드대가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하버드대는 법이 요구하는 대로 국토안보부의 요청에 응답했다"라고 반박했다.
SEVP 인증 취소 및 곧바로 이어진 하버드의 소송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 간 갈등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는 형국이다.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후 미 정부와 갈등을 겪어왔고, 이번 조치도 이 같은 갈등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수년간 나눠 지급하는 3조원대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하버드대는 해당 조치가 위법하다며 지원금 중단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이와 별개로 하버드대에 대한 면세 지위 박탈을 검토 중이다.
유대인인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정부 요구안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용을 거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제도개편 요구의 중심은 반유대주의 근절에 있었지만, 그 외에 대학의 입학·채용 관련 'DEI(다양성·포용성·형평성) 정책'이나 진보주의적 편향에 대한 교칙 수정도 주된 요구 사항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대학가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엘리트 대학'들을 압박해 진보주의 성향의 구성원을 몰아내도록 압박하고, 보수 성향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려고 일종의 '문화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