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해를 보기위해서 동해안에 모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해가 그 해지! 1월 1일에 떠오르는 해는 다르냐?’ 하면서 굳이 1월 1일에 해 뜨는 것 보려고 동해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이 말도 맞을 것이다. 1월 1일에 떠오르는 해나 6월에 뜨는 해나 다 똑같은 해이다. 또한 사람들은 1월 1일이 되면 새해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제나 오늘과 같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하루가 1월 1일 이다. 그런데 인간은 굳이 같은 하루지만, 오늘과 내일을 구별한다. 올해나 내년이나 다 같은 한 해이지만 굳이 지난 해와 새해를 구별한다.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이 바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을 인간은 결코 붙잡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 시간의 신인 카이로스는 앞에는 머리카락이 있지만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앞에는 머리카락이 있어서 앞으로 다가올 때는 잡을 수 있지만, 지나가버리면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어서 붙잡을 수 없다는 시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기에 잘못하면 의미없이 시간을 흘러보내게 된다. 그런데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는 부여할 수는 있다.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 바로 시간을 단위별로 묶는 것이다. 같은 시간이지만 24시간을 묶어서 하루로, 같은 날이지만 7일을 묶어서 한 주로, 그리고 30일을 묶어서 한 달로, 같은 달이지만 12달을 묶어서 한 해로 묶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일정 기간으로 묶어서 한번씩 시간의 매듭을 짓는 것이다. 각 시간의 매듭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시간은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지만 그 시간속 의미는 붙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6일이라는 시간 동안 창조하시고 또 제 7일에 안식일이라고 정하신 이유들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하루에 모든 것을 창조하실 수 있으셨지만 하나님께서는 하루라는 시간의 매듭을 지으시면서 세상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6일의 시간을 보내고 제7일에 안식일이라는 시간의 매듭을 지으셨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시간의 매듭안에서 인간을 살도록 하셨다.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이 바로 인간이 붙잡을 수 없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매듭을 지으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시간은 그냥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다. 이렇게 시간을 속절없이 흘려 보내게 되면 그 인생은 의미가 없는 인생이 되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살지만 누구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누구는 의미 없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바로 시간의 매듭을 어떻게 짓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을 한번씩 매듭을 지으면서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들은 매듭을 지어서 떠나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시간의 매듭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전과 다른 삶에 대한 소망을 품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를 다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경말씀에 옛적 일은 기억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행하실 새 일을 바라보라는 말씀이 있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시간이지만 누구에게나 새해가 의미있는 시간이 되진 않는다. 지난 해를 옛 것으로 규정해야 새해가 의미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옛적 일을 기억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행하실 새일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신다.
한국전통 공예 가운데 매듭 공예라는 것이 있다. 청색, 홍색, 자색 실들을 그냥 놔 둘때는 하나의 실에 불과하지만 실들을 꼬아서 매듭을 지으면 예쁜 작품이 되는 공예다. 우리 모두가 시간의 매듭을 잘 지으면서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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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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