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하면서 백악관 집무실에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롤 모델인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를 다시 걸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20달러 지폐 인물을 잭슨에서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먼으로 교체하려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계획을 폐기하기도 했다. 잭슨 전 대통령의 별명은 ‘올드 히커리(Old Hickory)’다. 그가 ‘제2의 독립전쟁’으로 불리는 미영 전쟁(1812~1814) 중 승부처인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강인한 의지를 바탕으로 혁혁한 공로를 거두자 부하들이 애칭으로 붙였다. 히커리는 단단한 재질의 북미 지역 나무 이름이다.
잭슨은 ‘전쟁 영웅’이라는 명성에 힘입어 1829년 미국 최초의 평민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참정권 확대,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을 통해 소수 명문가가 지배하던 정치를 대중 민주주의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잭슨은 서부 개척, 멕시코로부터 텍사스주 독립 등 미국의 영토 확장에 기여했다.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운하 통제권 확보 등 트럼프의 팽창주의도 ‘잭슨 시대’의 모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잭슨은 인종차별주의자로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강제 이주와 대량 학살 등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다른 사람의 채무 보증을 잘못 섰다가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한 경험 탓에 신용 화폐, 투기 등을 혐오했다.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신인 2차 합중국은행 재인가를 거부하는 등 대형 은행들을 없애려다 결국 투기 열풍과 소형 은행의 줄파산을 초래했다. 금융 위기가 미국 최초의 경제 공황으로 번지면서 파산한 미국 기업이 전체의 90%에 달했다. 트럼프가 보편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잭슨 시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트럼프의 대중 영합주의가 몰고 올 외교·안보와 경제 후폭풍에 대비해야 할 때다.
<최형욱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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