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조기 회동 추진이 불발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미망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당선인 부부의 초청을 받아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튿날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전에 이시바 총리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1962년에 태어난 아키에 여사의 외조부는 일본 대기업 모리나가제과의 2대 경영자 모리나가 다헤이, 부친은 나중에 이 회사 회장을 지낸 마쓰자키 아키오다. 아키에 여사는 재벌 가문 출신임에도 세이신전문학교와 릿쿄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광고 기업 덴쓰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당시 청년이던 아베 전 총리를 만나 3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부드러운 성품의 아키에 여사는 남편의 강성 이미지를 보완하는 내조자였다. 아베 전 총리가 소비세 등을 밀어붙일 때는 반대 입장을 내는 등 ‘가정 내 야당’ 역할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한국어를 배울 정도로 적극적인 친한파다. 한때 지한파였던 아베 전 총리가 강경 태도로 돌아섰을 때도 아키에 여사는 양국 교류를 지지했다. 2022년 7월 총격으로 사망한 남편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국회의원에 출마할 것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사양했다. 과거 음식점을 차리는 등 일부 파격 행보로 논란을 사기는 했지만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품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외교가의 호평을 받았다.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떠난 후에도 남편의 정적이던 이시바 총리를 도와 트럼프 당선인과의 가교 역할을 한 아키에 여사의 모습은 국익을 위한 전방위 외교 채널 가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도 트럼프 시대에 한미 동맹의 ‘윈윈’ 구조를 다질 수 있도록 대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외교전을 펴야 한다.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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