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최고로 치는 술은 마오타이주다. 구이저우성 마오타이 지역에서 수수를 9번 찌고 누룩을 8번 발효시킨 뒤 증류를 7번 해 만드는 명주다. 향과 맛이 좋은데다 많이 마셔도 술자리에서 일어나면 깬다고 할 정도로 숙취가 없는 게 특징이다. 중국공산당 역사에도 나온다. 대장정 당시 인민해방군의 사기를 북돋웠고, 알코올 도수가 53도에 달해 소독제로도 쓰였다. 마오쩌둥도 즐겨 마셨으니 중국공산당 간부나 정부 고위층을 접대할 때 마오타이주를 준비하는 건 필수다.
마오타이주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도 만찬주로 등장했다. 기업 행사나 집안에 축하할 일이 있을 때도 없어선 안 되는 술이다. 수요는 많은데 생산량은 한정되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다. 500㎖ 한 병에 도매가는 2,100위안(약 40만 원), 소매가는 3,500위안(약 66만 원) 안팎이나 호텔에선 1만 위안(약 200만 원)도 받는다. 시중엔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이 유통된다. 병에 미세한 구멍을 내 다른 술을 넣은 짝퉁도 많다. 웃돈을 줘도 구하기 힘들자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았다.
오랫동안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마오타이주 제조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2021년 2조7,000억 위안(약 510조 원)도 넘었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1조7,000억 위안(약 330조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7월 시총 1위 자리를 중국공상은행에 내준 데 이어 최근엔 4위까지 밀리고 있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상징이자 바로미터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지표다. 마오타이주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던 전당포도 이젠 손사래를 친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 붕괴와 내수 침체로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이 다시 나온다. 중국이 망할 것이란 서방 매체의 전망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의 척도인 철광석 가격도 떨어지고, 청년 실업률이 17%까지 치솟은 건 심상찮은 신호다. 공교롭게 미국에서도 경기 침체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세계 경제는 연결돼 있다. 우리만 예외이긴 힘들다. 대비가 필요하다.
<박일근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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