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가 국민에 설명했어야” 비판…러시아와 협상론도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자국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두고 독일 국내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군비경쟁 우려 속에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미사일 배치 계획을 '기습' 발표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ntv방송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포르자가 지난달 25∼26일 독일 시민 1천2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9%는 미국산 미사일 배치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옳다'는 응답은 45%였다.
반대하는 비율은 옛 동독 지역이 74%로 옛 서독 23%의 3배를 넘었다. 지지 정당 별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자의 79%,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 지지자는 85%가 반대했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발표한 미사일 배치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자 진화에 나섰다.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배치할 미사일은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임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수시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가운데 독일에서는 자국이 또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 무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정작 올라프 숄츠 총리와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속한 사회민주당(SPD)과 신호등 연립정부 내부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SPD 랄프 슈테그너 의원은 "새로운 군비경쟁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어렵다는 건 알지만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군비확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의 리카르다 랑 공동대표는 "총리가 국민에게 결정을 투명하게 알리고 이유를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부 야당은 미국산 미사일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논란은 1970∼1980년대 동서냉전의 최전선 독일에서 벌어진 군비경쟁과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 소련이 바르샤바조약기구 일원이던 동독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SS-20 미사일을 배치하자 서독은 미국산 퍼싱Ⅱ 미사일을 끌어와 맞대응했다. 헬무트 슈미트(SPD) 당시 서독 총리는 당내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군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서방은 군비 증강과 군축 협상을 병행하는 이른바 '이중결정 전략'으로 1987년 미국과 소련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끌어냈다. 사거리 500㎞ 이상 지상발사 미사일을 전면 금지한 이 조약은 현재 파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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