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질 구출’ 명분에도 못 찾아
▶ 환자 등 다수 사상자 발생
▶ “또 전쟁범죄” 국제비난 고조
이스라엘이 끝내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형 병원에서도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국제사회의 온갖 만류·압박에도 공격과 진입을 감행한 명분은 ‘인질 구출’이었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서 인질을 찾아내는 성과는 올리지 못했고, ‘민간인 희생’이라는 비극적 결과만 낳았다. 이스라엘로선 또다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15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날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 포격을 가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망자나 부상자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칸유니스 최대 의료기관인 나세르병원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운영 중인 마지막 대형 병원이다. 다른 종합병원들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IDF의 무차별 공습 탓에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은 환자는 물론, 전쟁을 피해 도망친 피란민이 대거 몰려 있다. IDF의 공격이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을 강행한 이유로 ‘병원 내 인질 구출’을 들었다. IDF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영상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나세르병원에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거나, 사망한 인질 시신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나세르병원은 아수라장이 됐다. 소셜미디어에 오른 포격 당시 영상·사진을 보면, 병원 천장과 벽은 심하게 파손돼 있고, 환자와 의료진은 자욱한 연기를 뚫고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병원 원장은 BBC에 “파멸적 공격이다.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IDF는 지난 13일 대피 명령을 내렸지만, 당일에도 병원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한 외과 의사를 인용해 “탈출하고 있던 16세 소년이 병원 입구에서 총 4발을 맞았다”고 전했다.
IDF의 무차별 공격에 환자와 피란민들의 목숨도 위태로워졌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아슈라프 알 키드라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병원 내 연료가 24시간 내에 고갈될 텐데, 중환자실 환자 6명과 신생아 병동 영유아 3명 등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환자 200여 명, 환자 가족과 피란민 170여 명, 의료진 95명은 약과 음식,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버텨야 한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논란은 더 불붙을 전망이다. 의료시설은 국제법상 보호 대상이다. 병원이 군사 기지로 활용되면 보호받을 권리가 박탈되나,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공격 전에 민간인 대피를 충분히 보장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병원을 겨냥한 군사 작전은 금기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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