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기 한양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한양대병원 제공]
A(45)씨는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심각한 등 통증을 느꼈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허리를 삐끗해 생긴 통증으로 여겨 안정을 찾으려 했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찾았는데 대동맥이 찢어진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aortic dissection)’여서 응급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 대동맥 박리가 발생하면 40% 정도가 곧바로 목숨을 잃고, 1시간이 지날 때마다 1%씩 사망자가 늘어나는 초응급 질환이다.‘대동맥 박리 수술 전문가’ 김완기 한양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극심한 흉통이나 등 통증이 생겨 응급실을 찾으면 대부분은 이를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이나 척추 질환 때문으로 여기지만 대동맥 박리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대동맥 박리 증상과 원인은.
대동맥(aorta)은 몸속 ‘혈액 고속도로’다. 심장에서 몸속 각종 장기로 혈액을 내보내는 가장 굵은 혈관(지름 3㎝ 정도)이다. 많은 양의 혈액을 옮기려고 발생하는 높은 압력을 견디도록 3개 층(내막, 중막, 외막)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대동맥 가장 안쪽 내막이 찢어지는 것이 ‘대동맥 박리’다.
대동맥이 찢어지면 ‘가슴이 쪼개지거나’ ‘칼에 찔리는 듯한’ 극심한 흉통이나 등쪽 통증이 생긴다. 통증이 가슴 안쪽에서도 느껴지기도 하고 숨이 차거나 뻐근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주 드물지만 증상이 경미해 건강검진에서 만성 대동맥 박리로 진단되기도 한다.
대동맥 박리는 고혈압 때문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혈압이 갑자기 높아져 대동맥 내막이 찢어져 발생한다. 실제로 대동맥 박리가 발생한 환자의 70~90% 정도가 고혈압 환자다. 또한 대동맥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1.5배 이상 넓어진 ‘대동맥류(大動脈瘤·aortic aneurysm)’가 생겼다면 대동맥이 찢어지기 쉽다.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을 때 처음에는 잘 터지지 않지만 풍선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으면 손가락만 갖다 대도 터지기 쉬운 것과 같은 원리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약을 잘 챙겨 먹고, 주기적으로 혈관 진찰을 받는 것이 대동맥 박리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이 밖에 혈관 벽 자체가 약해도 박리가 되기 쉬운데, 마르판증후군·엘러스-단로스증후군 등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을 때 이에 해당된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찢어진 혈관 벽을 찾아내는 것으로 진단한다. 대동맥은 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상행 대동맥(ascending aorta)’과 심장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하행 대동맥(descending aorta)’으로 나뉜다. 상행 대동맥이 찢어진 대동맥 박리는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인조 혈관(Dacron graft) 치환술)로 치료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다간 6시간 안에 25%, 24시간 내에 50%가 넘는 환자가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인조 혈관 치환술(수술) 대신 스텐트로 이뤄진 인조 혈관을 문제 된 대동맥 속에 집어넣는 ‘스텐트 삽입술(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 후 관리 및 회복 기간은.
대동맥 박리 수술을 받으면 일반적인 심혈관 질환 수술 후 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질병 특성 때문에 많은 문제를 동반한 채 수술을 진행할 때가 많아 추가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대동맥 박리는 국소적으로 대동맥 안쪽 내막이 찢어지면서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진성 내강)에서 피가 새어 나와 대동맥 벽에 피가 지나가는 틈새(가성 내강)가 만들어지면서 일어난다. 가성 내강이 원래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장폐색·하지폐색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게 된다. 이런 문제가 동반돼도 우선 목숨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기에 대동맥 박리로 인한 ‘대동맥 파열’을 막기 위한 수술을 먼저 시행한 뒤 이들 합병증 치료를 하게 된다.
-대동맥 박리를 예방하려면.
대동맥 박리는 사망하거나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아주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이 가장 큰 원인이기에 고혈압 환자라면 혈압을 잘 조절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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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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