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0회 코리안 퍼레이드 참가
▶ 93세 한국전 참전노병 로만 모랄레스씨
한미동맹 70주년 기려 한국전 참전용사들 초청 “혹독한 전쟁의 참상 다신 일어나지 않기를…한국 발전 뿌듯… 코리안 퍼레이드 참가 영광”
한국전 참전용사로 오는 14일 열리는 제50회 코리안 퍼레이드에 초청된 로만 모랄레스씨가 각종 무공 훈장과 표창들이 장식된 자택에서 철모를 들고 한국전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70여년 전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가 우리를 맞았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식량으로 배급된 통조림마저 꽁꽁 얼어붙었죠. 외부 작업은 아무리 오래해도 한 번에 15분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한때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던 6.25 한국전 당시 미 육군 제40보병사단 소속 정비공으로 참전했던 참전용사 로만 모렐레스(93)씨의 회고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소속 기계화 보병사단인 제40보병사단은 금화 섹터, ‘단장의 능선’(851고지), ‘펀치볼’(중동부 전선) 방어 등 한국전쟁 당시 대표적인 전투에서 용맹하게 싸워 자유를 지켜낸 부대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전 참전 등 무공으로 다양한 훈장과 표창을 받았던 모랄레스씨는 지난 2021년 한국 정부가 한국전 참전 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감사와 예우를 표명하기 위해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았다.
본보는 올해 코리안 퍼레이드 50주년을 맞아 특히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리기 위해 70여 년전 한국전 전장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랄레스씨와 생존 참전노병들을 퍼레이드에 초청했다.
올해로 한국전쟁 종전 70주년을 맞은데 대해 그는 “이렇게 발전해 온 한국이 자랑스럽고, 그러한 한국을 도운 우리 군인들이 자랑스럽다. 종전 이후에도 그동안 한국 정부 및 한인들과 여러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으며, 이번 50주년을 맞는 코리안 퍼레이드에 초청된 것도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가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랬다.
모랄레스씨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시작된 1950년 당시 그가 소속된 40보병사단은 9월부터 캘리포니아에서 파병 훈련을 시작했고, 1951년 3월 일본에 재배치된 후 치안 유지 임무와 함께 다시 수개월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고, 24보병사단과 교대 임무를 띄고 한국에 파병됐다.
1951년 12월26일 선발대가 최전선에 도착한 후 모랄레스씨가 속한 본대는 1952년 1월11일에서 22일 사이에 모두 한국에 도착했다. 당시 전장에서 모랄레스씨의 주임무는 밤낮 가릴 것없이 군용 차량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모랄레스씨는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의 참상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쟁은 누구도 거기에 속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죽음이 항상 옆에 있고, 자신도 생존할 수 있을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당장 수행해야할 임무가 있기 때문에 걱정할 시간도 없이 그 상황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어디에서도 다신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모랄레스씨가 속했던 40보병사단은 전쟁 중 모금을 통해 현재의 가평고등학교인 ‘가이사 중학원’을 짓고 오랜기간 장학금도 지원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학교 건축 표지석에는 “이 학교는 40보병사단 장병들이 한국의 미래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세웠다”는 설립취지가 오늘까지 전해오고 있다.
학교 건립 역사를 보여주는 성조기, 독수리상, 400여장의 흑백사진이 전시된 ‘가이사 기념관’도 있는데 지난 2014년 개관식 당시 모랄레스씨도 참석했다. 특히 그에게 감사편지를 썼던 학생들과 감격의 상봉을 하기도 했다.
모랄레스씨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억해 주고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한인사회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렌지카운티 풀러튼 힐크레스트 공원 입구에 역사적인 ‘한국전 미군 참전 용사 기념비’가 들어섰을 때 그는 “이 기념비는 나에게 세상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앞으로도 한인사회가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잊혀진 전쟁’이라고도 불렸던 한국전쟁을 잊혀지지 않는 전쟁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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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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