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열린 워싱턴 연꽃축제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몰린 연등 만들기 행사. 오른쪽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 수련.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경전(숫타니파타)에 등장하는 연꽃은 비록 진흙 속에 몸을 담고 있지만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본성을 상징한다.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법화사의 월 스님은 “사람의 마음(自性)도 본래 청정(淸淨)하기 때문에 나쁜 환경에 처해있어도 더럽혀지지 않는다”며 “연꽃은 이러한 불교의 기본교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워싱턴 DC 케닐워스 수생 식물원에서 연꽃 축제가 열렸다. 법화사를 비롯해 뉴욕 불광선원, 미주현대불교, 한마음선원, 보현사 등에서도 참여해 경전독송, 연등·팔모등·단주 만들기, 연차 시음 등의 행사를 제공했다.
연꽃을 보기 위해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한인들이 마련한 행사장에도 들러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 직접 체험해보는 모습이었다. 메릴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온 한 여성은 “종이컵에 한 장 한 장 색지를 붙이다보니 아름다운 연꽃이 됐다”며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에 흐르는 땀도 잊은 채 연꽃 만들기에 열중했다.
따뜻한 물에 연꽃을 띄워 우려낸 연차는 오히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도 위로해 주었다. 축제 무대 옆에 마련된 시음 행사장을 찾은 한 공연자는 “연차를 마시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연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고고함을 다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동양의 신비로움에 심취한 모습이었다.
워싱턴 연꽃축제에 다시 한인단체가 참여하게 되면서 보다 풍성한 행사가 됐다는 평가다. 이를 준비한 월 스님은 “연꽃은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녹아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라며 “내년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703)348-9787
<
유제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