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 준공 워싱턴 건물 노후화, 버지니아·메릴랜드 등 3곳서 경쟁
▶ 정치권 과열에 이전 무산 우려도

워싱턴 연방수사국(FBI) 본부 건물인 에드거 후버 FBI 빌딩. [로이터]
미국 수도 워싱턴 중심가에 위치한 연방수사국(FBI) 본부.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자리한 ‘에드거 후버 FBI 빌딩’을 지나다 보면 우중충하고 낡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실제로 1974년에 지어진 건물이라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미국의 연방 경찰청 역할을 하는 FBI 본부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후보지는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와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랜도버 등 3곳. FBI 본부가 건설되면 1만 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 주택, 도로, 공공시설 등 소도시 하나가 건설되는 경제 효과가 있는 만큼 유치전은 치열했다. 여기에 FBI를 관할하는 하원 법사위원장이 남부 앨라배마주로 FBI 본부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부동산 등을 관리하는 연방총무청(GSA)은 새로운 FBI 본부 위치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 변경안을 발표했다. 새 기준은 ‘이전할 FBI 본부가 다른 FBI 시설 근처에 있다’는 항목의 중요도를 35%에서 25%로 줄였고, 비용과 사회적 형평성은 각각 20%로 올렸다.
이런 결정에 메릴랜드는 환호했고 버지니아는 분노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됐던 기존 기준으로 하면 워싱턴에서 가까운 콴티코 지역에 FBI 요원 훈련 시설 및 과학수사 연구센터 등이 들어서 있는 버지니아가 기존 시설과의 인접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기준 발표로 이 항목 배점이 줄어들면서 메릴랜드 지역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버지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2명이 항의 성명까지 냈을 정도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공화당 소속 조던 위원장은 FBI 본부를 워싱턴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옮기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헌츠빌에 있는 대형 무기 연구시설에 FBI 직원도 1,000명 정도 근무하고 있고, ‘제2 FBI’로 불리기도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기밀문건 유출을 수사하는 FBI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런 엉뚱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또 한 번 FBI 본부 이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2012년 이전부터 FBI 본부 이전을 추진했으나 2017년 한 차례,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18년 다시 한번 연기되는 등 계획과 입장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인근에 있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FBI 본부 이전 무산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FBI 본부를 옮긴 자리에 새로운 호텔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 행정부가 본부 이전 계획을 취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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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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