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투자 미흡…타이밍 어긋나고 ‘AI 활용’ 기업 위주로 투자한 탓

손정의 회장 [로이터=사진제공]
누구보다 일찍 인공지능(AI) 부문 투자에 나섰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정작 챗GPT가 촉발한 최근 AI 열풍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6년 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AI"라고 말했다.
이후 1천400억달러가 넘는 돈을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지만, 손 회장은 AI 열기가 뜨거운 현재 시장에서 여전히 흐름을 따라잡느라 애쓰는 모습이다.
WSJ은 손 회장이 지난 2017년부터 작년 중반까지 분기별 또는 연례 실적 발표에서 AI를 무려 500번 이상 언급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도 AI 투자 트렌드를 놓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했다.
주된 이유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생성형 AI 스타트업 26개사 중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는 하나뿐이다.
미국의 음식배달 앱 도어대시와 한국의 쿠팡 등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AI 붐과 무관하게 별로 오르지 않았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7년 4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2019년 지분을 팔아버린 반도체회사 엔비디아 주가가 이후 10배 치솟았다는 점이 뼈아프다.
결과론적이지만 투자 대상과 시점도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가 후원하는 기업의 90%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하는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에는 투자했지만,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는 소홀했다는 이야기다.
또 소프트뱅크가 1천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출시한 후 거의 6년간 생성형 AI가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는 점은 타이밍이 불운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대부분의 생성형 AI 연구 기업들은 소프트뱅크의 투자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영세했다.
하필 소프트뱅크가 작년 초 기술주 급락으로 역대 최대 손실을 내고 스타트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 직후에야 생성형 AI 기업들은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 사이 소프트뱅크의 경쟁사들이 이들 AI 기업에 투자했다.
남은 희망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6년 320억달러에 인수한 이 회사는 AI 붐을 타고 현재 기업가치가 600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덕분에 5월 말 이후 소프트뱅크 주가도 33% 이상 급등했다.
소프트뱅크는 몇 달 안에 ARM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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