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美대법원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영향받아”
미국 보수단체들이 아프리카에서 낙태 금지를 위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AP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 기독교 보수단체 '패밀리 워치 인터내셔널'(FWI)은 지난 4월 우간다 엔테베에서 열린 국제회의 '가족의 가치와 주권'에 자금을 지원했다.
잠비아, 케냐 등 아프리카 20여 개국 국회의원 다수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는 낙태, 피임, 동성애 등이 '병폐'로 규정됐다.
FWI 아프리카 지부 책임자의 경우 성폭행 등으로 임신했을 때는 낙태를 허용한 에티오피아 법에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앞서 FWI 대표 샤론 슬레이터는 지난해 9월 아프리카 변호사 협회 연설에서 원조국들이 합법적 낙태와 성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성적인 재식민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또 다른 기독교 단체 '휴먼 라이프 인터내셔널'(HLI) 역시 최근 아프리카 남부 국가 의원들을 상대로 특정 상황에서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로비를 벌였다.
아프리카연합(AU)은 약 20년 전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인 경우와 출산 시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등에는 낙태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낙태 금지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는 게 HLI 측 주장이다.
HLI는 로비 이후인 지난 3월 지지층을 향해 "여러분 덕에 말라위가 합법적 낙태로부터 안전해졌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현재 보수 단체 여럿이 부룬디, 콩고, 케냐 등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강간, 근친상간 혹은 산모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하도록 한 법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아프리카 내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폐기되면서 힘을 얻었다고 AP는 설명했다.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여성의 낙태권이 수정헌법 14조의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 임신 6개월 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했으나 보수성향 판사가 다수를 이룬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이 판결을 폐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생식 보건 분야의 최대 후원국인 만큼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는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낙태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제 낙태권 옹호 단체 'MSI 생식 선택' 에티오피아 지부 책임자는 현재 에티오피아 내 낙태 반대 단체들은 대부분 외부 세력에 선동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미국) 대법원 판결을 그들을 위한 연료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