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파크 도서관에서 한국어 스토리타임 프로그램이 생겨 다녀왔다. 평일 저녁시간인데도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인 사서분이 한글 책 몇 권을 읽어 주시고 같이 아이스크림 모양 목걸이 만들기를 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까막눈인 첫째가 자기 혼자 책을 읽어 보겠다고 도서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힘들어도 애 둘을 데리고 오길 잘했다 싶었다.
첫 시간이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참여해서 놀랐다. 앞으로 한국인 커뮤니티를 위한 독서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로 닫혀 있던 도서관이 이제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나는 독서량이 전보다 늘었다. 애엄마가 무슨 시간이 나서 책 읽을 시간이 있겠냐 싶겠지만 아이 책도 책이니 독서량이 늘긴 는 셈이다. 큰 아이 때 수도 없이 읽은 책을 둘째에게도 읽어 주자니 이제는 내용이 다 외워져 책을 보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소설가 D.H. 로렌스는 독서의 참다운 기쁨은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 나는 독서의 참다운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그 어떤 것보다 책 읽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이라고 하니 지겨워도 처음 읽는 책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 읽어준다.
한 살이 채 안된 둘째는 내가 책을 읽어주면 방긋방긋 웃으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특히 ‘짠! 까꿍놀이’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내가 까꿍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본인도 까꿍하고 나를 따라 한다.
된 발음인데도 까꿍을 곧잘 따라 하는 둘째를 보고 있자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이 책을 통해 너는 까꿍을 배우는구나.
큰 아이가 이제 세살이 되니 수준에 맞는 책을 더 구입해주어야 할 것 같다. 집에 있는 책들은 많이 읽어서 이제 흥미가 떨어져 보인다. 내 책을 고를 때에는 별 고민 없이 척척 사지만 아이 책을 살 때에는 다르다. 리뷰도 꼼꼼하게 읽어 보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내용인지 교육적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한글 책도 그렇지만 영어 책은 내가 미국에서 공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많아 더 살펴보고 구입한다.
나는 어렸을 때 서점에 가서 소중히 모은 용돈으로 책을 한 권씩 사서 집에 오는 것을 참 좋아했다. 내가 직접 고른 책은 더 애정이 가고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책을 소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서점이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르곤 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내 책 취향도 알게 되고 독서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다른 건 아껴도 도서 구입비는 전혀 아깝지가 않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한창일 때 태어난 큰 아이는 아직 한 번도 서점에 데려간 적이 없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게 한 후 책을 한 권씩 사줘야겠다.
언젠가 그렇게 쥐게 된 책에서 아이가 인생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나도 오늘은 꼭 시간을 내어 아이들 책이 아닌 내 책을 읽어야겠다. 책 읽는 엄마를 보고 내 아이들도 책 읽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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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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