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중석에서 “원숭이” “죽어라”
▶ 라리가 회장 “극히 드문 일” 주장, 왕립축구연맹은 “심각한 문제”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발렌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발렌시아 홈팬들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수천 명 관중이 자신을 향해 쏟아붓는 인종차별적 표현에 경기 도중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산 스페인 거함’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 진출한 이후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280억 유로(약 40조 원)에 달하는 유럽 축구시장의 낯 뜨거운 이중성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3위·승점 71)와 발렌시아(13위·승점 40) 경기에서 일이 터졌다. 경기 후반 관중석에서 “비니시우스는 원숭이!” “죽어라!” 등 인종차별적 표현이 울려 퍼졌다. 비니시우스를 향한 발렌시아 홈팬들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행위였다.
심판 판정에 의해 퇴장당한 비니시우스는 또 한 번 눈물을 삼켰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면서 발렌시아 홈팬들에게 욕설을 들어야 했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투척물을 피하거나 쳐내야 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라리가는 인종차별이 일상이다.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비인간적 행위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태로 라리가는 물론 유럽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문제는 라리가와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의 상반된 반응이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히려 비니시우스를 비판하며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극히 드문 일이다. 라리가는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회에 걸쳐 비니시우스의 주장을 반박하며 “인종차별은 일부에 의한 행동”으로 규정했고, “비니시우스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루이스 루비알레스 RFEF의 회장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단 한 사람이 인종차별적 모욕에 가담하더라도 리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내에서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근절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라리가의 인정을 받고 있는 이강인(22·마요르카)도 인종차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마요르카는 구단 공식 SNS에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강인을 향해 “중국인아 뭐하냐?(Que haves, Chino?)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중국인을 뜻하는 ‘치노(Chino)’라는 표현은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영상으로 스페인 내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라리가가 인종차별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라리가의 축구 보도가 스포츠 내 인종차별을 다루는 데 오랫동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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