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경유)은 가솔린에 비해 연비 등이 좋아 중장비용 연료에 적합하다. 선박, 트럭, 건설 굴착기, 농장 기계 등 산업 현장의 운송 수단이나 장비의 에너지원으로 주로 쓰인다. 이 때문에 디젤 가격은 경제의 활력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통상 디젤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하면 경기 낙관론이 확산되고 그 반대면 비관론이 늘어난다. 디젤 수요 감소는 산업 활동 약화와 소비 감소 등 경기 하락의 초기 신호로 간주된다.
디젤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시장에서 디젤 도매가격은 갤런당 2.65달러까지 떨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인 지난해 5월의 최고가(5.34달러)와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디젤 가격이 급락한 것은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디젤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올 1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나 감소했다. 물동량이 줄자 디젤을 연료로 하는 트럭·철도 수송도 올해 들어 10%나 쪼그라들었다.
중국에서도 상품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이동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중국 교통운송부에 따르면 4월 둘째 주(10~16일) 중국의 주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 숫자가 1년 전보다 8% 급감했다. 화물 운송이 줄어든 여파로 중국 내 상업용 디젤 재고는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적으로 산업 활동 둔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글로벌 경제와 연관성이 큰 디젤 가격 약세는 침체의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하반기에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론에 기대고 있다. 그러잖아도 우리 경제는 수출 위기에 대출 연체율 상승 등이 겹쳐 총체적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와중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심상찮다. 막연한 낙관론을 접고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와 규제 혁파 등을 서둘러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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