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떨어지거나 일에 대한 통제권이 없어지면 무기력해진다. 또 다른 이유는 감정적 에너지를 소진했을 때다. 무얼 해도 안 된다는 비관과 자기 비하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게으름은 죄책감을 주기도 한다.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는 “산업화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 정해진 일상을 반복하고 성취를 위해 올인하는 것이 ‘좋은 삶’으로 정의됐다”고 말했다. 목표지향적 루틴을 실천하는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갓생(GOD生)’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것이다.
약간 느린 것을 넘어서 일을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도 게으름의 영역이다.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잘 안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종종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찍힌다.
조직에서는 사실 ‘똑똑한 게으름쟁이(smart slacker)’가 더 문제다. 이들은 대부분 똑똑하고 말을 잘해 하지 않은 일이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논리적으로 찾아내는 데 능하다. 게다가 핵심도 잘 찍는다. 직장에는 업무 분장이 있기에 정해진 업무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일의 진도가 잘 안 나가거나 지쳤을 때 스스로를 위한 좋은 핑곗거리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에게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일을 그만두진 않지만 내가 정한 이상의 일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만약 지금 일하는 곳에서 그 전략이 잘 통하고 있다면 그곳은 ‘신의 직장’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받은 만큼’의 일이라는 걸 누가 정하냐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건 목표를 정해 놓고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많은 일이 발생한다. 그럴 때 나는 정해진 것만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그 일은 결국 누가 해결해야 할까? 어쩌면 리더가 보는 당신은 건강한 젊은 세대가 아니라 그저 똑똑한 게으름쟁이일 수 있다.
현실에선 정해진 일만 할 수 있는 직장은 그리 많지 않다. 내 인턴 시절에 업무 분장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늘 준비한 채 대기하다가 주어진 일을 하는 게 첫 기억이었다.
지금 당장 마운드에 올라가 각광받고 싶더라도 그전에 운동장 옆에서 선배들의 공을 받아주고 남는 시간에 개인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축적의 시간은 성실함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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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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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회사가 한 개인이 망하는건 시간문제...너도 나도 남탓 거짖말 어차하면 사기까지 생각하고 있을땐 자기만 모르지 남들은 다 알게 되어있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