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전 군인들 전투 트라우마에 잠든 아내 목조르고 폭행 빈번
▶ 한달 가정폭력 상담만 5000건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사는 옥사나(40)는 러시아군이 아닌 남편을 피해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 16년간 부부로 지내면서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는 남편이 가정폭력범으로 돌변한 건 지난해 전쟁터에 다녀온 뒤부터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남편은 군에 징집됐다. 최전선인 동부 도네츠크 전투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거기서 남편의 정신은 죽었다”고 옥사나는 말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옥사나를 종종 적군으로 착각했다. 잠든 아내의 목을 조르거나 흉기로 해치려고 했다.
참전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얻어 귀환하면서 가정폭력이 늘고 있다고 미국 타임지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에겐 집이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된 셈이다.
타임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은 약 6만7,000건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핫라인을 운영하는 단체 ‘라 스트라다’의 지난해 8월 상담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급증한 5,000건에 육박했다.
가정 파괴나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한 가정폭력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정폭력이 형사상 범죄로 공식 인정되지도 않는다.
‘라 스트라다’의 카테리나 체레파카는 “수백만 명이 피란을 가면서 가정폭력이 보고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정폭력은 전쟁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는 태도 역시 신고가 줄어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영웅’을 가정폭력범으로 고발하기도 쉽지 않다. 언제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게 더 쉽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가정폭력 문제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본다. 전쟁을 경험한 공동체에서 가정폭력 발생 비율이 더 높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로 입증됐다. 참전 군인들이 주로 앓는 PTSD 때문이다. PTSD는 대개 알코올 중독을 동반한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남성은 가정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6, 7배 높다(영국 옥스퍼드대학 시나 파젤 교수팀)는 연구 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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