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임시절 美 최고위 성직자들 임명… “보수파로선 비공식 최고지도자 타계”
▶ 가톨릭 아동 성학대에 미온적 대처 비판도…美 가톨릭계 안팎서 추모 물결

2012년 티머시 돌런 뉴욕 추기경의 머리에 비레타 씌워주는 베네딕토 16세 당시 교황 [로이터=사진제공]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으로 미국의 보수 가톨릭계가 '영웅을 잃었다'고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보도했다.
미 가톨릭의 보수파로서는 이날 선종 소식이 "비공식 최고 지도자의 타계"나 마찬가지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지난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스스로 교황 자리에서 물러나고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취임한 후에도 미국의 가톨릭 보수파들은 베네딕토 16세의 '그림자 영향력'을 추종했다는 것이다.
'신의 로트바일러(맹견의 일종)'라는 별명을 얻었던 베네딕토 16세는 교리에 대한 헌신과 엄격함을 상징해 많은 보수 신학자들이 그를 영웅으로 여겼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재직할 때 티머시 돌런 뉴욕 대교구 추기경을 비롯한 다수의 최고위 성직자들을 승격 또는 임명해 현재 미국 가톨릭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지난 11월 연례 회의에서 미국의 주교들이 최고 지도자로 선출한 티머시 브로글리오 대주교와 윌리엄 로리 대주교는 모두 베네딕토 16세가 임명 또는 승격한 인사들이다.
보수 성향 가톨릭 논평가인 조지 웨이겔은 NYT에 상당수 미국의 가톨릭교회들이 "오랫동안 베네딕토 16세를 숭배에 가까운 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미국 전체 성인의 20%를 차지하는 가톨릭은 지난 몇 년간 진보와 보수로 뚜렷한 양극화가 진행됐는데 이 중 보수 진영이 최근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들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젠다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포덤대 종교문화센터의 데이비드 깁슨 국장은 "베네딕토 16세가 구상한 정통 교리가 정작 본인에게도 낯선 일종의 '티파티 가톨릭'으로 변질했다"고 말했다. 티파티란 미 공화당의 강경 보수 세력을 일컫는 용어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가 미국을 포함한 가톨릭의 아동 성학대 스캔들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성학대 피해자 모임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클로헤시는 "베네딕토 16세가 반체제 신학자들을 징계한 것처럼 스캔들에 연루된 주교들을 징계했다면 많은 범죄와 은폐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는 총명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수천 명의 어린이를 공격당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공과와 별도로 이날 미 가톨릭계에서는 추모 물결이 일었다.
오맬리 추기경은 "그의 삶과 교황으로서의 업적은 깊고 변치 않는 믿음과 뛰어난 신학적 학문에 기반한다"고 애도했고, 돌런 추기경은 뉴욕의 모든 관할 교구에서 추모 미사를 열 것을 지시했다.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 성당에서는 15분간 조종을 울렸다.
보수 성직자뿐 아니라 다수의 미국인은 걸출한 지성인 또는 사랑받는 종교인을 떠나보냈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헬렌 알바레 조지메이슨대 로스쿨 부학장은 NYT에 베네딕토 16세를 "교회 역사의 백과사전"이라고 묘사하면서 "우리의 할아버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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