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훈 시인, 첫 시집 ‘그 저녁 무렵부터’ 발간

심재훈 작가(원내)와 그의 첫 시집 ‘그 저녁 무렵부터’.
‘오늘은 오십 마일로 달리며/ 조심스레 하늘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하늘 속엔 칼이 살아 움직이고/구름을 자르고 바람을 날려/ 붉은 석양을 만들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삶은 아픔투성이인데/
아무것도 보지 못할 무능이/ 이제는 비겁해져서/ 차라리 미워하고 증오했던 기억들을/ 하나씩 석양 속에 불태우고 싶다/분명/길이 끝난다는 표지판 앞에/길은 계속 이어지고/체세피크 베이의 무한한 어둠이/춤사위에 맞추어 질서를 찾아간다’(‘체세피크 베이’ 중에서)
시집 제목에서부터 겨울 저녁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메릴랜드 클락스버그에 거주 중인 심재훈 시인(65, 필명 겨울부채)이 최근 첫 시집 ‘그 저녁 무렵부터’를 냈다.
작품집 제목이기도 한 ‘그 저녁 무렵부터’를 비롯해 ‘내 마음의 노래’ ‘체세피크 베이’, ‘기억의 공간’ ‘길 위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꿈의 강’ ‘사랑하는 일’ ‘어제의 사랑’ ‘문 밖의 그대’ 등 총 67편이 실려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을 얘기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고, 삶의 신산함을 굳게 버티는 시간을 토로한다. 그에게 저녁은 ‘새로운 아픔’이 만들어지는 시간이고, ‘내면의 갈등과 혼란’을 주는 시간일 뿐이다. 그는 ‘날마다/ 이 시간이면 어둡고 황량한 도시/ 낯선 길을 헤매다가/ 앞으로도 뒤로도 아닌 죽음을 향해 성장 한다’(‘이별 노래’ 중)고 자조적으로 읊조린다.
심 시인은 서문에서 “어리석은 생각은 수없는 시간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순수해지고 싶었다. 세상과 어른이라는 배신의 칼바람 위에 버림받고 내동댕이쳐져 남루한 차림이지만 내 앞에 나를 사죄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좋은 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인생을 위해 외로움과 아픔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며 아파하고 또 아파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서울 중대부고와 대학 졸업 후 2004년 이민한 그는 지난 2019년 본보 미주본사가 주최한 제40회 문예공모전에서 시부문 당선을 비롯해 워싱턴문학 신인상, 재미수필가협회 신인상 공모전 등에서 입상했다. 계간 미니문예지 ‘산들바람’의 발행인으로 미국에 오기 전 수필집 ‘모릅니다’를 냈으며 내년 봄에 시와 에세이를 묻은 세 번째 작품집 발간을 준비 중이다.
문의 decemberfan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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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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