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를 유명한 관광지로만 아는 사람들은 많은데 ‘세계 언어의 수도(Language Capital of the World)’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통번역 대학을 비롯, 외국어 대학교, 주요 통번역회사가 위치한 몬트레이는 2014년 9월,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국회 도서관에 의해 ‘세계 언어의 수도’로 지정되었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2015년 5월2일과 3일 시내 광장에서 ‘세계 언어의 수도 축제(Language Capital of the World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한인회의 위촉으로 한국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한 나는 이 축제의 사회자 보조도 맡아 책임이 막중했다.
축제 개막 전에 참가단체들이 한 시가행진에는 우리 학교 부채춤과 사물놀이 그룹이 참가, 길 양쪽에 걸린 다양한 국기들 사이를 지나며, 화려한 의상과 매력적인 춤사위, 신명나는 연주로 관중들의 환호 속에 축제의 흥을 돋우었다. 한글학교 어린이들도 참가했는데 태극부채나 배너를 들고 걸어가는 천진한 모습에 나는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한인사회 미래의 주역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준비가 난감했던 야외 전시부스는 한인회를 비롯, 동료교수들, 유학생들, 북가주와 남가주의 문화계 인사들의 재능과 시간 기부로 성황을 이루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 큐레이터 김현정씨가 전시부스를 짜임새 있게 꾸며주었고 보자기 공예가 이영민씨가 보내준 고급 전시테이블 덮개는 전시품들을 빛냈다. 복식사가 김민지씨는 우리 고유의 옷인 한복을 입고 소개했다. 특히, LA한국문화원의 전시 담당자 최희선씨가 주문, 제작하여 보내준 한글 자모 패널들은 많은 방문객들에게 한글에 대한 호기심과 진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동료들이 붓글씨로 방문객들의 영어이름을 한글로 써주자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들이 몰렸고 “한국부스가 최고!”라는 찬사가 종종 들렸다.
한편, 부채춤과 사물놀이 그룹의 공연은 축제의 정점을 찍었다. 오전에 미국인 군인 여학생들이 아리랑에 맞춰 커다란 부채꽃을 피웠고 한국어 교수들로 구성된 사물놀이패는 대형 태극기 앞에서 울림이 있는 열정적 연주로 축제 첫날의 피날레를 장엄하게 선포했다. 나 또한 이 공연 전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서 아름다운 도시에서 지역사회가 하나된 감격을 나누어 관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7년전 이 행사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큰 절을 올리고 싶다.
<정혜선 / 몬트레이 국방외국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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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와 오래살다보니 항상 느끼는 나라떠난이들은 언제나 애국자 인데도 내 나라 우리 가 태어닌 내 조국에선 나몰라라 하는것 같은 무신경 별관심도 도움도 안주는것같은 태도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동포들은 아주 열심히 일 하고 노력해 어딜 어느나라 어느 직장에서도 성실하고 믿을만한 민죽으로 잘 알려져 외국인들 직장 상사에겐 언제나 인끼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