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묶는 구심점 사라져…스코틀랜드인 35% “적기”
▶ 내년 10월 독립투표 재추진

12일 영국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으로 향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운구 행렬. 스코틀랜드인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여왕을 배웅했다. [로이터]
“우우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운구 행렬을 맞이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로열 마일(옛 왕가 전용도로) 주변에서 11일(현지시간) 수십만 추모 인파를 뚫고 작은 야유가 흘러나왔다. “지금 당장 공화국” “민주적 미래를 위한 공화국”이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한 여성은 “망할 제국주의” “군주제 폐지”라고 적힌 손팻말을 치켜들었다가 경찰에 구금됐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모든 사람이 군주제에 동의하진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여왕은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눈을 감았고, 열흘간의 장례 일정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대중에게 가장 먼저 공개된 장소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가장 먼저 조문할 기회를 얻은 이들도 스코틀랜드 주민들이다. 생전 스코틀랜드에 관심과 애정을 아끼지 않은 여왕을 스코틀랜드인들도 깊이 존경했다. 운구차가 지나는 거리마다 여왕에게 바치는 꽃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여왕에 대한 사랑이 곧 군주제 지지이거나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연합왕국)에 대한 충성심은 아니다. 오히려 여왕 서거를 계기로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은 새로운 동력을 얻었고, 공화국 전환 논쟁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일간 가디언 등이 12일 진단했다.
고인에 대한 존경과 독립국가에 대한 열망은 별개라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스코틀랜드 주요 언론 더헤럴드는 1면에 새 국왕인 찰스 3세 사진을 게시하면서 ‘연방의 구세주인가,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인가’라는 헤드라인을 달기도 했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연합법을 통해 영국의 일원이 됐지만, 영국 다른 지역에 비해 전통적으로 군주제에 회의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장년층과 달리 왕실과의 연관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민심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다. 영국 싱크탱크 ‘브리티시 퓨처’가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코틀랜드인 45%만이 군주제를 지지했다. 영국인 전체 응답 비율이 60%인 것과 대조적이다. 또 스코틀랜드인 36%는 “여왕 통치가 끝날 때가 공화국 설립에 적기”라고 답했다. 스코틀랜드 언론인 앨릭스 마시는 일간 더타임스 기고에서 “일부 스코틀랜드인들은 한 시대의 종말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순간으로 여길 것”이라고 짚었다.
영국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됐던 여왕과 달리 찰스 3세가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점도 변수다. 향후 왕실이 스코틀랜드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독립운동이 더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앞서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는 찬성 45%대 반대 55%로 부결됐다. 그러나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독립 지지 여론이 늘어나는 추세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내년 10월 19일에 독립 투표를 재실시하겠다고 선언해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다음 달 11, 12일에 스코틀랜드 의회가 영국 연방의회 승인 없이 국민투표를 실시할 권한이 있는지를 심리할 예정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