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직접 제기” 언급→사우디, 바이든 떠나자 “그런 말 없어”
▶ 바이든 “사실 아냐”… ‘인권 후퇴·빈손 방문’ 비판 의식해 적극 반격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을 직접 제기했다는 발언을 사우디 측이 부인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재차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순방을 마치고 16일 밤늦게 백악관에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 장관은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왕세자를 비난하는 말을 못 들었다는 데 사실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양국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담 초반에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왕세자 책임론을 직접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이 암살 사건에 개인적 책임이 없다면서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해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답했다는 게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2018년 튀르키예(옛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미 정보 당국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를 국제적인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왔고, 취임 이후 양국은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고자 국익을 위해 자존심을 굽혀가며 사우디 방문을 결정했다.
사우디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자리에서 카슈끄지 암살책임론을 제기함으로써 국내에서 일고 있는 비판을 상쇄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러한 특정 문구를 듣지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책임론을 거론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을 제정한 이래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것은 모든 미국 대통령 의제의 일부라는 점을 지적했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설명과는 상당히 톤이 다른 발언이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 사안을 꺼낸 것은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공식 회담 전 비공식 만남에서라면서 이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설명한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고 익명의 사우디 당국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익명의 사우디 당국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을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해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직접 책임론을 꺼냈다고 말했지만, 사우디 측은 해당 사안이 공식 회담 전 비공식 만남에서 거론되긴 했지만 직접적인 책임론 언급은 없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회담 초반 회의장에 들어갔던 미국 공동취재단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우디가 여전히 왕따인지', 무함마드 왕세자에겐 '카슈끄지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인지' 질문을 던졌지만 두 사람은 답하지 않았고, 대신 무함마드 왕세자는 옅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외신은 이를 '비웃음'(smirk)으로 표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나자마자 주먹 인사를 했고, 이를 두고 일부 외신은 '사우디 왕따 시대가 끝났다'고 보도했지만 미 국내에서는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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