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4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5개월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이 군사적·인도적 지원을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2022.7.14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쟁에 중립은 없습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겨 참상을 외면하지 않길 바랍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44) 여사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5개월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이 군사적·인도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젤렌스카 여사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역사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핵무기로 전 세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이웃 나라 옆에 살고 있다"며 "서방은 1950년대에 한국이 자유를 위한 전쟁에서 이기도록 모였고,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고 비교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 초기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러시아 공격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이젠 웬만한 전쟁 뉴스에도 사람들이 무덤덤해졌다"며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으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일례로 전쟁 전에는 학교 급식 메뉴를 고민했었지만 이젠 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자신의 일이 됐다며 "21세기 유럽 한가운데 있는 국가의 퍼스트레이디가 이런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인 두려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젤렌스카 여사는 남편에 이어 러시아가 노리는 '2호 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두렵다"며 "하지만 남편과 떨어져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수백만의 우크라이나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 침착하고 공황에 굴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관심사는 자신의 안전보다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2월24일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은 강제로 '어른'이 돼 버렸다고 했다.
가족이 탄 차가 총을 맞자 다친 어른들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고 피란한 15세 소녀 리사, 집안의 막내지만 다리를 잃은 엄마를 보살피는 소년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우리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전쟁이라는 충격적 경험을 살고자 하는 의욕으로 바꾸도록 도와야 합니다"
러시아의 점령으로 굶어죽은 엄마의 무덤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본인 역시 "다 괜찮아 질 거야"라고 위로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을 말로 안심시키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23일 '퍼스트레이디·젠틀맨 서밋'을 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처음 개최됐던 이 행사는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젤렌스카 여사는 "올해 서밋에서는 전쟁의 맥락에서 심신 회복, 난민, 교육, 어린이, 여성 문제 등을 폭넓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보 유통에 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관심은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 살인"이라며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꾸준히 보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이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 국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국가를 재건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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