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하려 시작했는데 일 커져”…부천국제영화제서 단편 상영

연출작 설명하는 문근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처음에는 연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네요. 다들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떨떨하고 감사해요."
배우 문근영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10일(한국시간) 오후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경기 부천시의 한 영화관에서 그가 연출한 단편 세 편이 처음으로 상영됐다. 문근영은 상영 이후 관객들과 대화 자리에서 "겁이 나고 무섭다"면서도 "관객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기생활 24년 차인 문근영이 영화감독으로 나선 건 지인들과 바치 창작집단을 꾸리면서다. 문근영은 "작정하고 결연한 의지로 시작한 일은 아니다"라며 "감독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날 상영된 연출작은 '심연'과 '현재진행형', '꿈에 와줘' 등 러닝타임 9∼15분짜리 작품이다. 모두 대사 없이 배우 표정과 몸짓, 음악과 조명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
수중촬영으로 구성된 '심연'에서는 문근영이 유일한 등장인물인 '여자'를 직접 연기했다. 여자는 아무리 헤엄을 쳐도 물 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끝이라고 여긴 곳에 닿아도 또다른 수렁에 갇히고 만다.
흑백에 가까운 톤으로 촬영한 '현재진행형'은 무대를 벗어나고 싶어도 결국 무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 배우의 이야기다. '꿈에 와줘'는 연인 사이의 감정을 현대무용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묘사한다.
문근영은 "첫 작품을 물 속에서만 촬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사를 할 수 없었고 이후 작품들도 대사가 없어졌다"며 "표정과 움직임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멤버들이 만든 작품이어서 그 나이대에 가질 법한 고민과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다 같이 고민하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위로하는 결말을 생각했어요."
세 작품에는 혼란과 좌절, 상실감과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교차한다. 문근영은 특히 빛을 표현에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어둡고 갑갑하고 벗어나고 싶은 상황에서 빛을 희망 같은 존재로 표현하잖아요. 내가 온전히 살아있으면 빛도 어둠도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배우가 느끼는 압박감을 표현하기도 했고요."
문근영은 "연기와 달리 연출은 혼자서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 했다"며 "감독은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고 느꼈지만 자유롭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스크린으로 보니 단점들이 보이더라"며 "연기로도 곧 여러분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문근영 주연의 '유리정원'(2017)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은 "이런 재능을 그동안 감추고 있었다니 놀랍다. 배우의 얼굴과 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연출이 인상적"이라며 "25초짜리 수중촬영 테이크를 보고 문근영 배우가 참 독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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