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길이 가로막혔다고 느껴질 때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너 자신의 노래를 불러라
-아메리칸 인디언 누트카족의 말-
정은귀 작가의 산문집 ‘딸기 따러 가자’는 고립과 불안을 견디게 할 지혜의 말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다. 작가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의 삶을 본문에서 소개하며 한 때 북미대륙에 거주했던 여러 인디언 부족들의 말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인디언들은 일년 열두달에 그들의 소박한 말로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달력에 7월은 다음과 같은 이름들을 갖고 있다.
풀 베는 달
호박이 무르익고 콩을 먹을 수 있는 달
산딸기 익어 가는 달
옥수수 익는 달
여름 달
오리가 털갈이 하는 달
어린 독수리가 나는 달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연어의 달
인디언 부족들이 칠월에 붙여준 이름들을 읽어 보니 이즈음의 나의 일상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표현이어서 하나도 낯설지 않았다. 파머스 마켓에서 푸른 콩을 사와 밥을 지었고 옥수수는 수염을 털고 삶아 먹을 수 있는 때. 그리고 호숫가에서 갓 태어난 새끼 오리들을 오래도록 바라 본 일. 다른 존재에게서 언뜻 본 생명의 신비. 내가 요즘 해보았던 일들이 그들이 묘사한 7월의 달력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책의 제목 ‘딸기 따러 가자’라는 말은 인디언 모흐크족의 할머니가 삶의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자손들에게 하셨던 말- 낙심과 우울을 떨쳐버리고 바구니 들고 “얘들아, 우리 딸기 따러가자”라고 그들을 일으켰던 말이라고 한다.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질풍노도 속에서도 우리 삶의 일상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이 반짝이는 7월엔 연어가 떼를 지어 강으로 올라온다고도 했으니 강의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그 힘찬 생명의 힘을 생각하며 일상에 깃들어 있는 찬란한 기쁨들을 밝은 눈으로 찾아내고 소중히 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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