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1945년 창설 이래 전후 세계 평화 질서를 이끌어온 유엔이 전례 없는 무용론에 부딪혔다. 유엔의 ‘실세’인 안전보장이사회가 상임이사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의 횡포 앞에서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다. 이후 안보리 개혁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기존 국제 질서 붕괴의 흐름 앞에 유엔이 존재 이유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영리단체 ‘안보리 리포트(SCR)’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엔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갖지 않았다면 창설되지 못했을 기구”라고 지적했다. 전신인 국제연맹이 미국 등 강대국의 참여 부재로 2차 세계대전을 막는 데 실패하자 유엔은 상임이사국에 거부권을 부여해 기구의 지속성과 영향력을 담보했다. 안보리는 군사 조치 등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다.
안보리의 한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2월 25일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가 러시아의 거부로 무산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 화상 연설에서 “유엔에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을 쏟아냈다.
유엔 내부에서는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 상임이사국 숫자 확대 등 안보리 개혁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유엔헌장은 상임이사국을 현재의 5개국으로 못 박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호시노 도시야 오사카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교도통신에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남용 자제를 촉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총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유엔 개혁은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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