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급등 공포에 파월·옐런 잇따라 등판…’일시적 상승’ 근거도 많아
▶ 월가·식품업계 CEO들은 “일시적 아냐” 경고…석학들도 엇갈린 전망
인플레이션이 지난주 미국 경제의 화두로 재등장했다.
목재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잦아드는 듯했던 공포감이 13일 미 노동부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계기로 되살아난 것이다.
전년 동월보다 5.4% 급등한 결과는 상당 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전월 대비로도 시장 전망치(0.5%)를 크게 웃돈 0.9%의 상승률은 경고등을 켜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미 경제의 양대 수장으로 꼽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잇따라 진화에 나서야 할 만큼 동요는 심상치 않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을 인정한 두 사령탑의 공통적인 메시지는 '몇 달만 기다려달라'였다.
파월 의장은 CPI 발표 하루 만인 14일 하원 청문회에서 "물가상승률이 현저히 높아졌고 향후 몇 달 동안 계속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성 물가상승"에는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튿날 CNBC 방송과 인터뷰를 한 옐런 장관도 "여러 달 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정상 수준을 향해 다시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공포의 진원지인 6월 CPI 상승분의 3분의 1이 중고차 가격이라는 점이다. 중고차 외에도 에너지, 항공 등 경제 재개와 관련된 소수의 특정 분야가 물가상승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해당 부문의 일시적 수급 불일치만 진정되면 자연히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아질 것이라고 이들은 판단한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1.3% 안팎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금융시장의 반응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당국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읽혔다.
그러나 상당수 재계 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론이 잇따라 쏟아졌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생각보다 조금 더 나빠지리라고 생각한다"며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14일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우선하는 정책결정권자들의 태도가 "전체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몇몇 소비재 기업들은 향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식음료회사 펩시코의 휴 존스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냐고? 바로 그렇다"라고 자문자답한 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겠느냐고 묻는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식품회사 콘아그라의 션 코널리 CEO도 "콘아그라가 소비자 가격을 올리겠느냐고? 짧게 답한다면 '예스'다"라며 "추가 가격인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학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난 5월 "미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매우 매우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가디언 기고문에서 "1970년대 스타일의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이 올 위험이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이미 죽었다"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고프 교수는 16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3%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긍정적"이라며 "오늘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좋은 뉴스다. 경제가 1년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나가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