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새로 발생한 국내 암환자 수는 23만2,255명이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위암은 인구 10만명당 2만9,685명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국가지만 위암 사망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위암이 없는 같은 또래 인구의 68.9%로 미국(33.1%), 영국(20.7%) 등 선진국보다 2~3배 이상 높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암 발병률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이 높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1999년부터 시작된 국가암검진 사업을 꼽는다.
40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국가암검진을 통해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또는 위장조영술을 받을 수 있다. 수혜 범위가 넓고 본인부담액이 건강보험료 납입 수준에 따라 검진비용의 최대 10%에 불과하다.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증상을 느끼기 어려운 위암의 특성상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며 암검진, 특히 위내시경 검진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는 위암을 조기 진단·치료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정기 검진이다. 위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다른 장기나 림프절로 크게 전이되기 전에 수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생존율 차이가 크다.
전이가 없는 조기 위암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수술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위암을 조기에 진단하면 완치율을 높이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가암검진을 받아본 환자군은 어떤 위암 치료 방법을 선택하든 한번도 검진을 받지 않은 환자군보다 5년·9년 생존율이 높았다.
사망 위험도는 41% 낮았다. 생존율이 높아지는 효과는 검진 후 4개월 안에 수술 등 첫 치료를 시작했을 때 가장 두드러졌다.
국가암검진을 통해 위암을 발견한 경우 위암 치료에 드는 평균 비용도 적었다. 1회 이상 암검진을 받은 환자군 1인당 5년간 위암 관련 총 의료비용은 평균 약 1,242만원으로 한 번도 검진을 받지 않은 환자군(1인당 약 1,309만원)보다 5.1%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민은 위암이 걱정되지만 위절제 수술을 받고 나면 제대로 먹지 못해 사람 구실을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치료받기를 주저한다.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일부 민간요법에 수년 간 매달리며 삶을 낭비하기도 한다.
보다 수준 높은 위암 치료를 위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정기검진 만큼이나 중요한 게 위절제 수술법이다. 최근 국내 유수 의료기관의 외과의사들이 모여 조기 위암의 치료법에 대해 10년 가까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복강경 위절제 수술법이 기존의 개복 수술에 비해 합병증은 적으면서 장기생존율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우리나라가 조기 위암 표준치료법을 선도하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수술 경험을 보유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국내 의료진은 복강경 위암 수술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위의 형태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위암 수술, 복부 한 곳을 2~3㎝만 째고 수술하는 단일공 위절제술 등 여러 최신 수술법이 계속 발전하고 안전하게 활용되고 있다.
요즘 이런 수술법들이 환자별로 다양하게 적용돼 삶의 질 향상과 조기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위암 환자들이 느끼는 수술 및 후유증 부담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오래 전 수술한 환자의 개인적 사례만을 접하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100세 시대라 일컬을 만큼 장수국가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위암은 가장 흔한 만큼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치명적인 질병이다.
따라서 위암 조기 발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국가암검진 제도를 적극 활용해 자신에게 적합한 수준 높은 위암 치료를 조기에 받는 게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고 비용부담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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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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