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옷 차려입고
마중 나가지 않아도 사립문 살며시 열고
배시시 웃으며 찾아오던 손님 봄!
이토록 그립고 아쉬운 때는 없었습니다
핏빛 아픔, 검은 슬픔
온 세상 내려앉은 코로나-19
집집마다 걸어 잠근 문틈으로
쓸쓸한 바람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웃음, 작은 행복
모두를 잃은 일그러진 봄입니다
천지사방 곡소리 넘쳐나고
병원마다 이어지는 환자들의 아우성
한 생명 구하려 목숨 건 의료진들의 사투
발만 동동 구르며 텔레비전 앞에 서성이는
우리의 눈에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당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멈추지 못하는 욕망의 끝자락에서
자만의 웃음 흘리며
가난하고 여린 이웃을 밟고 서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또 오르는
추한 인간의 무리들
주님!
용서하소서
그 옛날 소돔성의 의인은 못되오나
뉘우쳐 가슴 치며 회개하오니
나의 죄, 우리의 붉은 죄를 사하여주시고
이 혼돈의 어둠에서 속히 건져주소서
저 멀리 강 건너 남쪽나라
제비가 물고 올 희망의 씨앗을 기다리며
성서 속 모세의 팔을 잡고 서있는
훌과 아론의 모습으로
우리를 향해 주님의 낯을 돌리시는 그날까지
겸허의 옷, 겸비하는 자세로
기도의 불을 밝히며 견디게 하소서
다시 찾은 찬란한 봄을 위한
감사와 찬양의 힘찬 나팔 소리
온 누리에 장엄하게 울릴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
이한나(시인·뉴욕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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