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원 작가덕에 냄새 키워드 떠올라, 마지막 석달 후반부 폭포처럼 썼다…대학시절 부잣집 과외 경험도 반영”

9일 아카데미 시상식 후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연합]

봉준호 감독이 9일 아카데미상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무대에 올라 전설적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

아카데미상 작품상 발표 직후 무대에서 조여정이 제인 폰다가 건네주는 오스카 트로피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

‘기생충’의 배우 박소담(왼쪽)과 이정은이 아카데미상 시상식 무대에 올라 역사적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 셀피를 찍고 있다. [AP]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며 세계 영화사를 바꾼 가운데, ‘기생충’의 시나리오와 작품 탄생 뒷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봉 감독이 ‘기생충’을 구상한 것은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 때다. 그는 “부자와 가난한 자 이야기를 조금 더 일상에, 현실에 가까우면서 가장 기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자전적 경험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 봉 감독은 관객과 대화에서 “(연세대 재학 시절) 부잣집에서 중학생 수학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국어를 먼저 가르치고 있던 여자친구(지금의 아내) 소개로 과외를 했다. 그 학생에게 또 다른 미술 교사를 소개해주려 했지만, 내가 두 달 만에 과외에서 잘리는 바람에 결국 기택네처럼 침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처음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 대칭을 이루는 부자와 가난한 4인 가족을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한 지붕 세가족’으로 바뀌었다.
2015년에 15페이지짜리 스토리라인을 썼고, ‘옥자’(2017)를 찍는 동안에는 한진원 작가가 드래프트(초고)를 썼다. 2017년 봉 감독이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맡아 4개월간 완전히 새롭게 고쳐 완성했다. 지하실 ‘문광 커플’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봉 감독은 “영화 ‘마더’는 처음 쓸 때부터 라스트 신이 정해져 있었는데, ‘기생충’은 달랐다”면서 “2017년 시나리오를 쓰면서 마지막 3개월에 영화 후반부를 폭포처럼 써나갔다”고 떠올렸다.
아버지 기택(송강호)과 아들 기우(최우식)가 마지막에 모스 부호를 주고받는 장면은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 때 건널목에서 깜빡거리는 신호등을 보면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생각해냈다고 한다.
한진원 작가는 봉 감독에게 영감을 줬다. 봉 감독은 관객과 대화 등에서 “(한 작가가 쓴) 드래프트와 최종 시나리오는 전혀 다르지만, 초고 속 한 장면에서 작은 디테일이 있었다. 예를 들어 꼬마가 가난한 가족 아버지 냄새를 맡고 아줌마한테도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스파크였고, 그 스파크 덕분에 이 작품을 지배하는 냄새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기택의 대사인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동행이다”와 기우의 대사 “실전은 기세야 기세”도 한진원 작가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한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가사도우미, 전속 운전기사 등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했다고 한다. ‘제시카송’ 가사 일부도 한 작가가 썼다. 기정(박소담)은 ‘독도는 우리 땅’ 리듬에 맞춰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니 사촌”이라는 가사를 읊는다. 기정이 부른 이 네 마디는 봉 감독이 개사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개사 버전은 사실 3절까지 있었고, 2절과 3절은 한 작가가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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