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동형 비례제에선 야권 분열, 제3당의 과도한 영향력”
▶ “공수처, 야권 탄압 우려”… 여당“선거·검찰 개혁 필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
여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 처리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4개 군소 야당들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12월17일까지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의 선거법·공수처법 날치기 계획은 장기 집권 음모에 따른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두 법안의 정당성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어서 앞으로 법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과 4개 군소 야당(정의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법안 처리의 명분으로 선거 개혁과 검찰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불일치를 줄이고 지역주의 정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 과도한 권한을 행사해온 검찰을 견제하는 한편 검사 등의 고위공직자 비리를 철저하게 수사하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을 초래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지역구 의원 225명과 비례대표 의원 75명을 선출하도록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을 기준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첫째, 주요 정당의 경우 정당투표의 사표(死票) 현상이 나타나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얻게 되는 제1당과 제2당은 35~40%가량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배분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석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둘째, 제1당과 제2당이 정당투표의 사표를 막고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로 얻기 위해 ‘위성 정당’을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역구에서 110석을 얻은 A당의 정당 득표율이 35%에 그친다면 비례대표 후보는 전원 낙선하게 된다. A당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한 별도의 ‘2중대 정당’을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다당제와 친화성이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야권을 분열시킴으로써 여권의 장기 집권을 용이하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제1야당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도 얻지 못하게 함으로써 견제 기능 상실로 의회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넷째, 여당과 합쳐서 과반 의석을 만들어 ‘연정’에 참여하게 되는 제3당 또는 제4당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꼬리가 몸통을 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연정에 참여한 소수 정당의 표퓰리즘 정책이 채택될 우려도 있다.
다섯째, 지역구 후보뿐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주도하게 되는 정당 보스 또는 관료제의 힘이 지나치게 커질 위험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므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면서 “제1야당을 빼고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면 선거 불복을 낳는 등 극심한 정국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여야는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밀어붙이는 속내에 대해서도 여러 갈래의 문제 제기가 있다. 첫째,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권 보호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이 수사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검경이 수사하던 권력 비리 사건이 일단 공수처로 넘어가면 ‘송곳 수사’는 불가능하다. 여권이 주도하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친여(親與) 인사로서 권력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있더라도 현 정권뿐 아니라 차기 정권에서도 철저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은 대부분 민변(民辯) 출신 등 현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야권 및 정적 탄압법’이 될 우려가 있다.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 야당 인사들과 검사·판사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 공수처와 유사한 해외 수사기관들도 불법적으로 정부 비판 인사를 탄압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셋째, 공수처는 다른 사정기관의 견제를 받지 않으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한 법학자는 “공수처는 정보수집권, 수사권과 판사·검사·경찰에 대한 기소권과 수사이첩 요청권까지 갖게 되므로 나치 정권의 비밀경찰이었던 게슈타포 같은 괴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넷째, 공수처와 유사한 기구를 가진 나라들은 장기집권 국가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다섯째, 공수처의 위헌 소지도 거론된다. 한 법학자는 “헌법 12조에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규정돼 있는데 공수처 검사를 따로 임명해 일반 검사처럼 영장신청권과 기소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검찰 개혁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 인권 보호 등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가능하다”면서 “공수처는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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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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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탄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최순실 대통령때 블랙리스트 만들어 조직적으로 언론 탄압한것들이 이제 와서 탄압. 우리집개 토리가 웃겠다.
청렴하면 뭐가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