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12월17일까지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방침, 황교안 단식…필리버스터·의원직 사퇴 검토
▶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땐 정계 빅뱅 불가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정치협상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불참했다. [연합]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 부의 시점이 각각 이달 27일과 내달 3일로 다가오자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의 협상 시도가 불발될 경우 한국당을 제외하고 야4당과 공조해 내달 17일까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황교안 대표가 25일로 6일째 단식 투쟁 중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시도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범여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및 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저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한국당 황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황 대표를 찾아가 “단식을 중단하고 대화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12월17일부터) 때까지는 사법 개혁안과 함께 선거 제도 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 체제 가동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이날 황 대표가 단식 중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저지 결의를 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을 계속하는 이유는 패스트트랙의 모든 과정이 불법·무효이고, 그 내용은 자유민주주의를 침탈해 장기 집권을 획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합계가 정해지므로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얻게 되는 한국당과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에 제3, 4당의 비례대표 의석은 급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당 의석이 크게 늘어나면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대신에 야권 분열로 한국당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공수처법에 대해 “공수처처럼 기소권을 갖는 별도의 반부패 수사기관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처장이 지휘하는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수사를 막는 대신에 반대 세력 탄압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당은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여러 갈래 대응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저지 방안으로는 황 대표의 단식 외에도 필리버스터, 의원직 총사퇴, ‘연대 정당’ 위협 카드 제시, 범여권 정당 분열 유도, 물리적 저지, 예산안 처리 연계 등이 있다.
우선 황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될 경우 여권은 제1야당 대표의 강력한 저지를 무시하고 ‘게임의 룰’인 선거법 등을 밀어붙였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발언 등 합법적 방법으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 수 108명의 한국당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돼 단독으로 필리버스터를 개시할 수 있다. 범여권 정당은 재적 의원 5분의 3(177명)을 확보하지 못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수 없다. 그러나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 시점을 늦출 수 있지만 처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방안도 거론하고 있지만 이 방법도 엄포용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 135조에 따르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더라도 회기 중에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돼야 하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이 허가해야 하므로 사퇴서 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범여권이 날치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한 별도의 연대 정당을 만들겠다”는 위협 카드를 제시해 범여권이 물러서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다수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형제 정당’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김병민 행정학박사는 “한국당 일각에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형제 정당인 ‘제2의 한국당’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면서 “패스트트랙 제동 수단으로 활용하되 실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연대 정당으로 의석 확보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국회의원 총의석을 현행 300석보다 더 늘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범여권 정당들의 분열을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는 대신에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으로 늘리자는 것인데, 이 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민주당과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75석보다 약간 줄이는 방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될 가능성이 약간 높지만 막판에 저지될 수도 있다”면서 “만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총선 전후에 정계 빅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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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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