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안보·정치 분야에서 성적표 좋지 않아…지지율은 84%에서 44%로
▶ “통치능력 부족과 진영 논리가 원인”…후반기 최우선 과제‘경제 활성화’

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국정성과와 향후과제’ 토론회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시위를 바탕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정상을 지나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집권 초 80%를 웃도는 대통령 지지율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지 2년 6개월이 흘렀다. 한국갤럽이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주간 단위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7년 6월 1주차에 84%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반환점을 앞둔 10월 5주차 조사에서는 44%로 나타났다. 여러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직후인 10월 3주차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40%로 아래로 떨어져 39%를 기록한 적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정치, 외교안보,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면서 다층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위기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올해 2월의 ‘하노이 노딜’ 이후 9개월째 표류 중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하지만 오히려 한·미·일 공조 체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안보가 불안해진 가장 큰 이유는 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남북 관계 진전에 둬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 관계만 개선하면 북핵 문제 등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상황은 정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북한의 핵 폐기가 한 발도 진전되지 못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 관계도 꼬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사정은 심각하다. 수출과 투자·소비의 동반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기 직전이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서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년 동안 최저임금 29% 대폭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에만 매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지표가 좋아질 리 없다. 지난 2017년 4·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전 분기 대비 -0.1%)은 경기 침체의 전조였다. 하지만 부양책을 써도 모자랄 상황에 노동계에 치우쳐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을 강행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사실상 제1의 목표로 제시했던 국민 통합도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고,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 등 지지 세력만 쳐다보는 정책을 펴는 바람에 국민들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과 그를 지키려던 문 대통령의 무리한 행보는 초유의 국론 분열을 낳았다.
임기 반환점 앞에 선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주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면서 좋은 취지로 국정운영을 시작했으나 통치 능력 부족과 진영 논리 집착으로 여러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탈권위 소통을 위해 노력했고, 복지를 확대해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려 했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긍정적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임기 반환점의 성적표에 대해 “정치 분야에서는 국민 통합 및 야당과의 협치에 실패하고 국론 분열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침체를 낳았다”면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전혀 진전되지 않았고, 한미일 공조 체제에 틈새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지지했는데 지지층의 범위를 너무 좁히고 국정을 운영했다”면서 문재인정부 전반기가 진영 논리에 지배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대한민국의 생존까지 흔들릴 수 있다”면서 “지난 2년 6개월을 냉정하게 돌아본 뒤 과감하게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실패로 판명된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대국적인 자세로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면서 “국민들을 편 가르지 말고 포용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뒤 남은 2년 반 동안 집중해야 할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경제 활성화’가 꼽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4일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지난 1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결과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경제 활성화’를 꼽은 응답자가 4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권력기관 개혁’(24.0%) ‘국민 통합’(9.8%) ‘공정사회 실현’(9.2%) ‘한반도 평화·안보’(7.8%) ‘양극화 해소’(5.4%) 등이 뒤를 이었다. 모름·무응답은 0.5%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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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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