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친서에 남북관계 풀리나
▶ 다음날 발사체…기대감 사라져, 노무현 서거 때도 ‘화전양면 전술’
북한 김정은 정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기간에 조의문 전달과 발사체 도발로 화전양면 전술을 폈다. 북한의 ‘전형적인 두 얼굴 전술’인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면서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북한이 바로 다음날 발사체를 쏘면서 이런 기대가 무색해졌다.
김 위원장이 조의문을 보내 문 대통령과 쌓아온 인간적 친분만큼은 이어가려는 듯한 모습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발사체 발사는 냉각된 남북 관계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은 오늘 오후 4시35분께와 4시38분께 북한이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70km, 고도는 약 90km로 탐지됐다.
지난 2일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한 지 29일 만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12번째 단거리 발사체 또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 발표에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전날 오후 판문점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통해 받았고, 같은 날 밤 늦은 시각에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사실 북측이 최근 얼어붙은 남북 관계 국면에서 조의를 표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기에 발사체 발사 전까지는 조의문이 남북관계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이 조문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듯이 청와대가 조의문 전달 소식을 발표한 지 3시간여 만에 발사체를 발사했다.
사실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은 조의문을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화전양면 전술을 편 셈”이라며 “김 위원장이 조의문을 보내 문 대통령과 최소한의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발사체 도발을 통해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미국에 협상을 위한 양보를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조의문을 보낸 것은 의례적 차원이고 발사체 도발은 일부러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하지 않는 한국에 대해 시비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이날 오후 5시30분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여야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북미 대화의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정치·군사적 조치로 해석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모친상 중인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내온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북한 군부가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앞에서 조의문을 보내고, 뒤에선 발사체를 쏘는 ‘공산독재 왕조’의 철저한 두 얼굴과 반인륜성을 보여주는 희대의 사건”이라며 “북한의 패륜적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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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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