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중 군용기 동해 영공 침범 이어 북한 또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 “한미일 안보 협력체제 복원해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면서 우리 안보와 경제 환경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과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안보 도발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5일 동해를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가 강국들과 북한의 무력 시위장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침범해 우리 군이 360여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외국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 4대는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넘나들면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억지 논리를 폈다.
러시아와 중국은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고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정부는 24일 우리 정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군 조종사들이 러시아 군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강변했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사령관은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 사격을 한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행동은 공중 난동”이라고 비난했다.
중국도 “카디즈는 영공이 아니며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축소에 이어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가 느슨해진 틈을 노려 계획된 무력 시위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은 430km, 두 번째는 690여lm를 날아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25일 오전 5시34분과 5시57분경 발사한 미상의 발사체 2발은 모두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발사체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5월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77일 만이다. 북한은 내달 실시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과 북미 간의 북핵 실무 협상을 앞둔 ‘기싸움’ 차원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이후에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날 징후가 보이지 않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한국을 무시·자극하는 ‘몽니 전술’을 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 비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공개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 정부의 쌀 5만 톤 지원 제의 거부 ▲한국인 선원 2명이 승선한 러시아 어선 억류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정세에서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한미일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주변국들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설정하면 한반도가 강국들의 힘 겨루기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노선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면서 “우리 국방력을 강하게 키우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갈등을 해소해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견고하게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5일 “한반도가 주변 강국들의 무력 시위장이 된 것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데 문재인정권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해 침공 등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야당을 향해서는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 등 일련의 외교안보 현안을 정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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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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